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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엽 Nov 24. 2021

투기와 공황

1929년 대공황의 글을 시작하면서

"왜 그렇게 풀이 죽었나? 정말 안쓰럽군. 우리가 다른 놈들보다 선수 쳤다는 게 헛된 일이란 건가?


자네가 지난 40년간 매일 같이 해온 일이야. 이게 헛된 일이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


돈은 그냥 돈이야. 인간이 만든 거라고. 그 그림 종이가 있어야 서로 죽이지 않고도 밥 먹고 살지.



영화 마진 콜에서 회장 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 <출처 : Margin Call, 2011>



잘못된 건 아니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1637년, 1797년, 1819년. 1837년, 1857년, 1884년, 1901년, 1907년, 1929년, 1937년, 1974년... 1987년엔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1992년, 1997년, 2000년도 마찬가지야. 계속 반복되는 거야.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 자네나 내가 통제하거나 멈추거나 늦출 수 없어. 아주 조금도 바꿀 수 없지. 그냥 대응할 뿐이야. 제대로 하면 대박 나는 거고 제대로 못 하면 쪽박 차는 거지.



영화 마진 콜의 이미지 <출처 : Margin Call, 2011>



승자와 패자의 비율은 언제나 같은 법이야.


세상엔 행복한 부자와 불행한 가난뱅이가 있지. 물론 세계 인구수가 많이 늘긴 했지만, 비율은 절대로 안 변해.


이제 모두 힘을 합쳐야 해. 우린 많은 돈을 벌게 될 거야. 모두 머리를 맞대야지. “


이 대사는 2011년에 나온 영화 ‘마진콜(Margin Call)’ 중에서 나온 대화 중 한 부분이다.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 하루 전에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에서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영화 마진 콜의 진실


 글의 회장이 한 대사는 본격적인 금융위기의 전날, 부실해진 회사의 MBS 채권을 대량으로 타 금융회사에 매각한  본인은 극적으로 살아난 것을 확인하면서 채권 운영팀장에게 던진 말이다.



마진 콜의 주가 하락 이미지



2008년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수많은 사람이 직장과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흘러 몇 년 뒤, 더 큰 돈을 보너스로 받는 금융인들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기는 시스템상의 제도적 문제로 정리되면서 엄청난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를 구제하게 되었다.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와 효과


이때 나온 것이 그 유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였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 연준 의장 주도로 시행된 막대한 돈의 홍수가 금융회사들에게 제공되어 결국 이들은 살아났다.


이때 살아난 금융회사들은 금융위기 전보다 몇 배나 더 자산이 불어나게 되었다.


사실상 무한정 찍어낸 달러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를 구하게 되는 과정이 시행된 것이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 : 위키피디아>



이러한 무제한 돈 풀기가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쓰라린 금융 위기와 경제 공황의 처절한 경험에서 나왔다.  


그러한 경험의 근간이 된 공황은 1929년에 발생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었다.


1929년 대공황의 교훈


미국 내에서 발생된 공황과 금융 위기는 위 회장의 대사처럼 20년~30년 주기로 반복되어 발행되었지만, 가장 길고 고통이 컸던 사건은 말 그대로 '1929년 대공황'이 그 시초였다.


이런 대공황이 발생된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경제학자의 의견이 다양한 방향으로 나뉘어 분분하게 많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공황 당시 무료 급식소에 모인 사람들  <출처 :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무제한 유동성(돈) 공급’이라는 방법으로 정리되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발생된 2008년 금융위기에 사용되었다. 


마찬가지로 2019년 팬데믹(pandemic)에도 연방준비제도의 막대한 돈 풀기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돈)이 흘러넘치는 상황이 이루어졌다.


무제한 유동성(돈) 공급의 결과


이로 인해 발생된 인플레이션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사상 최저로 떨어진 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잃은 돈은 결국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져 지구촌 곳곳의 투기붐을 불러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퍼 부울 수는 없는 법, 이제 서서히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야만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21년 9월 말에 진행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온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 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가이드에 따라 서서히 그 실행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말은 그동안 무제한으로 시중에 쏟아낸 돈을 다시금 거둬들인다는 의미이다.


시작은 기준금리를 서서히 인상시켜 시중의 유동성(돈)은행으로 흡수한다는 뜻이다.



2016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금리 인상 효과


금리가 인상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


그 답은 과거의 유사했던 경제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막대한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서서히 자산을 정리했고, 투기를 한 사람들은 마지막 불꽃을 향해 다시 뛰어들어 최후의 이익까지 챙기려 다.


하지만 정보를 한발짝 빨리 이해하고 욕심을 줄여 행동으로 실행한 사람이 승자가 되었다. 적절히 수익을 거두고 유유히 시장을 빠져나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투자와 투기는 단어의 음절 하나 차이이지만, 그 뜻은 완전히 다른 의미이다.


팬데믹 시대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투자의 시대인가? 투기의 시대인가? 똑 부러지게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투자의 시대라면, 그 모습이 올바른 방식인가? 무모한 방식인가?


사실 그 경계를 정하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기준


인간은 누구나 돈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최종 결과물 안에 담겨 있는 것이 투기를 통한 탐욕인지, 투자를 통한 실력인지 깨닫는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탐욕 <출처 : Bloomberg>


내가 가진 자본 내에서 적절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투자이지만, 오직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방식(과도한 부채와 빚)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투기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돈을 벌면 투자이지만 돈을 잃으면 투기가 되는 것이다.


이 차이가 역사적으로 승자를 만들기도 하고 패자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투기이다.


투기와 연관된 역사적인 짝꿍은 바로 '금융위기'와 '공황'이었다.


금융위기와 공황


투기로 인해 발생된 수많은 금융위기는 매번 동일한 교훈을 남겨 놓지만, 번번이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시금 무모한 방식의 투기가 진행되는 것이 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원천적인 욕심과 탐욕이 그 원인일 것이다.


이 탐욕과 욕심으로 영화 '마진콜'에 나오는 회장의 대사처럼 행복한 부자에서 불행한 가난뱅이로 되는 것은 단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영화 마진콜의 존 털드 회장.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오직 돈벌이다 <출처 : Margin Call, 2011>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투기와 투자는 백지 한 장 차이이다. 투기는 실패한 투자를 의미하고 투자는 성공한 투기라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 차이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힘들다.


 가장 손쉽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투자된 원금을 보존하면서 ‘적절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적절하다’는 것은 도박처럼 불확실한 것에 모든 것을 투자하여 단번에 떼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올바른 투자 학습의 필요성


이것은 투자라는 방법을 배우고 공부해야 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투자 공부는 절대 단번에 익힐 수 없다.


이 말은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동시에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 될 수 도 있다는 뜻이다.



영화 빅쇼트에서 탁월한 투자 감각을 보여준 마이클 버리 박사(크리스찬 베일)  <출처 : 영화 빅쇼트>



이런 루한 학습의 과정 중에 투기와 공황의 과거를 살펴보며,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역사 속에 흘러왔는지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올바른 투자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미국의 경제사 중에 가장 중요하고 시간상 가깝다고 느낄 수 있는 20세기에 진행되었던 주요 경제 공황의 내용을 살펴볼 예정이다.


하나하나의 금융위기와 공황이 진행된 과정과 내용을 알아보는 것이 이 단락의 주제이다. 이를 통해 투기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역사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 시작은 1929년에 발생된 '대공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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