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정책과 저축대부조합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 02

저축대부조합 파산 사태를 알기 위해서는 대공황 때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29년 대공황 이전에 시행되었던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mortgage, 부동산 담보 대출 시, 부동산에 설정되는 저당권 또는 그 저당권을 나타내는 증서)는 80년대의 주택담보대출과 운용 방식이 많이 달랐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모기지론 <출처 : 위키피디아>

대출 기간이 3년 ~ 5년으로 비교적 짧았고, 초기에는 이자만 지불하다가 마지막에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마지막 대출금 전액을 갚지 못해 집을 포기하거나 담보로 빼앗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먹고살기도 힘든 대공황 시기에는 부동산 시장 자체가 붕괴되면서 수많은 주택이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해 강제로 차압을 당했고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1932년에는 모기지 대출의 절반 이상이 채무불이행 상태였고 하루에 1,000여 개의 집이 압류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연방정부를 나서게 했고, 대공황 시절인 1932년에 연방 주택대출은행법(Federal Home Loan Bank Act)을 제정하여 '연방 주택대출은행(Federal Home Loan Bank, FHLB)'을 만들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모기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연방 주택대출은행 로고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중에 진행된 경제 활성화 방법 중 하나로 모든 미국인들이 부담 없이 내 집을 마련하는 부동산 정책이 선정되었다.

서민의 재산 증식은 물론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이런 정책의 영향으로 새로 생겨난 것이 1934년 국가 주택법(National Housing Act)에 의해 세워진 '연방주택청(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 FHA)'이었다.

연방주택청은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연방 주택청의 역할 <출처 : 위키피디아>

이것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모기지 사업자에게 대출을 받고, 연방주택청(FHA)은 주택 보증보험을 모기지 사업자에 제공, 사실상 대출 금액의 담보를 제공하는 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 주택 보증보험을 통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낮은 금리를 제공받아 15년간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당장 많은 돈이 없거나 신용이 낮은 사람들도 자가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고, 점진적으로 주택 수요는 늘어났다.

국민저축대부조합 건물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영향으로 자기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대폭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과 맞물린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여기서 저축대부조합의 역할은 주택담보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 성격의 금융기관이었다.

일반인에게 예금을 유치하여 그 돈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는 방식이었다.

시중의 일반 상업은행보다 약간 높은 금리를 제공하여 예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감독 기관이 제시한 제약 조건이 워낙 많아서 사실상 들어온 예금(돈)만큼 조합의 성장 규모는 높지 않았다.

연방 저축대부조합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자금 운용의 성격도 독특했다. 짧은 기간의 예금을 받아 20년 ~ 30년 만기의 장기 고정금리의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즉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여 장기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초창기 사업이 시작된 저축대부조합의 업무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이른바 ‘3-6-3’ 사업이라고도 불렸는데 3%의 예금 이자를 지불하고 6%의 대출을 제공한 뒤, 오후 3시에는 할일이 없는 경영진이 골프를 치러 나갔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연방 모기지 협회  <출처 : 위키피디아>

직원들의 야근을 극도로 자제시켜 저녁 늦게 건물 창문의 불빛이 새 나가지 못하게 했다. 늦은 밤까지 은행에 불이 켜져 있으면, '무슨 사건이 생겼나' 하고 고객들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꾸준히 오르는 부동산 가격과 안정적인 연방정부의 금리 정책으로 초기 사업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울러 저축대부조합에 근무하는 이들의 평가도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건실하고 착실한, 말 그래도 소시민들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영화〈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포스터 <출처 : 위키피디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때 언제나 방송으로 나오는 가족 영화 중 하나가 1946년에 제작된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감독의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이다. 

여기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가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저축대부조합의 회사원으로 등장하여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임스 스튜어트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영향으로 미국 내에서 이 금융기관(저축대부조합)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완전히 바뀌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방정부 정책의 시작에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