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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추락하는 밀켄의 제국

차입매수(LBO)의 시작과 마이클 밀켄 이야기 19

by 한정엽

내부자 거래의 대가, 이반 보스키


이반 보스키는 "기업 인수합병의 도박사"로 알려졌다. 그는 1975년 보스키 앤 컴퍼니를 설립했고, 주로 인수합병 관련 차익거래에 집중했다.


보스키는 합법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자로 명성을 쌓았지만, 점차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투자은행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들로부터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돈을 주고 사들였다.



이반 보스키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보스키는 특히 데니스 레바인, 마틴 시겔과 같은 핵심 정보원을 두었다. 마틴 시겔은 키더 피바디의 M&A 책임자로, 보스키에게 여러 건의 인수합병 정보를 제공했다.


보스키는 시겔에게 매번 현금이 담긴 서류가방을 전달했고, 그 금액은 한 번에 수십만 달러에 달했다.


보스키는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미리 매수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그의 펀드는 최고 시점에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했다.


1986년 5월, 뉴욕대학에서 열린 졸업식 연설에서 보스키는 "탐욕은 좋은 것이다"라는 악명 높은 발언을 했다.


영화 월스트리트의 포스터 <출처 : 위키피디아>


이 문구는 1980년대 월가의 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고, 후에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마이클 더글러스가 연기한 고든 게코 캐릭터의 대사로 재탄생했다.


밀켄과 보스키의 협력 관계


마이클 밀켄과 이반 보스키는 1980년대 초반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보스키는 밀켄의 정크본드를 활용해 적대적 기업 인수에 자금을 조달했고, 밀켄은 보스키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내부 정보를 얻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여러 불법적인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



마이클 밀켄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대표적인 사례로 "주식 파킹(Stock Parking)" 거래가 있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한 사람이 주식을 소유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하는 불법 행위였다.


밀켄과 보스키는 이런 방식으로 5% 지분 공시 규정을 회피했고, 인수합병 과정에서 시장을 조작했다. 또한 그들은 "허위 거래(Sham Transactions)"를 통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기록에 남겨 세금을 회피하거나 불법 이익을 숨겼다.


프린스턴/뉴포트 사건은 두 사람의 협력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였다. 밀켄은 보스키와 함께 프린스턴/뉴포트 증권회사를 이용해 허위 거래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세금을 회피했다.


이 사건은 나중에 밀켄에 대한 기소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수사와 붕괴의 시작


1986년 5월, 데니스 레빈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체포되면서 월가 수사가 본격화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출처 : 위키피디아>

레빈은 감형을 위해 보스키를 지목했고, 같은 해 11월 보스키도 체포되었다.


보스키 역시 살아남기 위해 밀켄과 드렉셀 번햄 램버트를 지목했다. 그는 검찰과 "플리 바게닝(유죄 인정 협상)"을 통해 내부자 거래 한 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형량 감경을 약속받았다.


보스키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와이어(도청장치)를 착용하고 밀켄과의 대화를 녹음했다.


1986년 12월 이루어진 이 대화에서 두 사람은 과거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 녹취록은 후에 밀켄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보스키는 또한 밀켄과의 불법 거래 내역이 담긴 수첩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밀켄과 드렉셀 번햄 램버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든 게코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보스키의 협조는 월가 역사상 가장 큰 배신으로 기록되었다.


검찰은 보스키에게 특혜를 제공해 1987년 4월 그의 범죄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자신의 펀드 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이로 인해 보스키는 추가적인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기소와 재판


1988년 3월, 드렉셀 번햄 램버트는 증권사기 혐의로 6억 5천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1988년 12월, 루돌프 줄리아니 검사(후에 뉴욕 시장이 됨)는 마이클 밀켄을 RICO 법(조직범죄처벌법)을 포함한 98개 혐의로 기소했다. 혐의에는 증권사기, 우편사기, 내부자 거래, 공모, 탈세 등이 포함되었다.


밀켄은 처음에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최고의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자신의 거래가 복잡하지만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증거의 양과 질, 그리고 증인들의 증언은 압도적이었다.


특히 보스키와 함께 밀켄의 팀에서 일했던 여러 트레이더들이 정부 측 증인으로 나서기로 동의했다.



뉴욕 월가에 있는 드렉셀 본사(오른쪽) <출처 : 위키피디아>



1989년 2월, 드렉셀 번햄 램버트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한때 월가에서 5번째로 큰 투자은행이었던 드렉셀의 몰락은 금융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밀켄에게도 큰 타격이었고, 그의 법적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결국 1990년 4월 24일, 밀켄은 6개 혐의(증권사기, 우편사기, 공모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벌금과 합의금으로 총 6억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1990년 11월, 킴바 우드 판사는 밀켄에게 10년형을 선고했지만, 이후 그의 수사 협조를 고려해 형량을 7년으로 감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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