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걸어온 그 선 위를
누군가의 외로움의 정도를 알 수 있을까. 당신의 순간들에 깃든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과연.
곁에 두는 이의 외로움을 몰랐다. 모른 체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외로움에 나의 책임이 없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다 당신의 몫이라고 얘기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지탱해야 하는 것,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자에게 주어지는 삶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아프고 힘들다고, 그리고 그 아픔이 계속되는 것만은 아니더라고, 아픈 순간이 있듯 기쁜 순간도 분명히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숱하게 서로의 외로움을 외면했다. 홀로 외로이 그 선을 따라 돌고 돌았다. 세상 가운데 그려진 각자의 선들, 엉키고 설킨 우리의 선들은 이내 접점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그 점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알았다. 당신이 느낀 그 순간들을,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로에게 무심했던 우리는 그때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염치없이 당신에게 이해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을 들어줬으면 했다. 조금만 헤아려주기를 바랐다. 그럴 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이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을 찾던 시간들은 차가웠다.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시간 같았다.
왜 소중함은 당신의 부재 끝에서야 찾아올까 생각했다. 당신이 내 곁에 없는 순간에서야 알았을까. 당신과 내가 함께 머물고 있는 순간에, 우리가 함께 눈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더 소중하기를 바랐다. 더 이상 홀로 외로이 그 선을 돌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함께 그 선 위를 걸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순간들에 깃든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다.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을 더 이상은 홀로 외로이 느끼지 않도록, 아무도 없는 골목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서로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나 아프고 힘들다는 말로 아픔을 덮으려 하지 말고 드러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삶이란 결국에는 각자가 살아내야 하는 것이지만, 함께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이니까. 당신에게 내 마음을 조금 기울여보고 당신의 마음을 내게 기대 보면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