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점과 점, 그 사이

by 마음을 담는 사람

초등학생 때 짝꿍과 자주 하던 놀이가 있다. 흰 종이에 점을 마구 찍는다. 그리고 점과 점을 연결한다. 그러면 하나의 선이 생긴다. 선들을 연결해 모양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점을 찍고 선을 그어가며 놀았다. 그때 했던 놀이를 떠올렸다. 놀이대로라면, 점과 점이 만나는 데엔 선이 필요하다. 점은 '나'도 되고 '당신'이 된다. 당신과 내가 만나려면 선이 필요하다. 그 선은 점, 곧 우리의 거리에 따라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짧은 선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당신'과 '나' 사이의 선이 짧을수록 우리의 관계도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에게도 짧은 선이 있고 긴 선도 있다. 하지만 관계에서의 어려움은 이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하려 할 때 시작되었던 것 같다. 놀이를 할 때로 생각해보면, 점과 점 사이의 거리는 정해져 있지만 더 짧은 선을 위해 찍혀있던 점들을 지우고 마음대로 자리를 옮겨 새 선을 긋는 셈이다.

선을 위해 제 자리에 서 있던 점들을 내 마음대로 옮기는 것부터 관계가 어려워지고 부담이 된다.


내가 상대에게 쏟는 마음만큼 똑같이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내가 상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만큼 상대도 내게 비밀을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가졌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마음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내 마음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저 당신에게 마음을 쏟고 싶은 만큼 쏟는 것이 내 마음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하고, 이후는 상대의 몫이다. 그도 나에게 똑같은 정도의 마음을 주어야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같은 정도의 마음이 주고받아지지 않는다고 해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관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수치화시킬수록 우리의 점은 멀어지기도, 옅어지기도 한다. 부담이 사라지고 괴로움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두 점이 완전히 만나는 접점의 순간이 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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