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마 그때쯤, 순간이라는 바다가 있다면 그것에 흠뻑 젖어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하던 시간과 공간에서만 살던 시간, 사실 우리가 함께 하기 이전 그리고 이후의 시간에 비하면 짧디 짧은 몇 달이었지만- 우린 마치 아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것처럼 그랬으니까. 나는 작별인사를 하기에도 애매한 공간, 그러니까 아주 작은 창고 입구 그리고 하루를 깨우는 시간인 아침에 우리가 그렇게 끌어안고 인사를 했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지나온 시간의 끝에서 우리는 늘 고마웠다는 말로 기억을 매듭짓는다.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마웠고, 나를 만나 주어 고마웠다고 말하는 걸까.
눈물을 흘릴 만큼 고맙다고 말했던 소중한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나는 것도 삶이고, 그런 사람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 가는 것도 삶이겠지. 고마웠던 사람, 참 그리운 사람. 낭만 없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우리 아마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고마웠던 기억으로, 내게 참 고마웠던 사람으로 남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