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으로 온 지 3일 차다. 오늘에서야 정리를 거의 끝냈다.
이전 집으로 이사했던 건 스물다섯, 몇 달 미국을 다녀온 다음 날이었다. 그때는 메르스가 창궐하여 다음 예정되어 있던 유럽 여행을 가느니 마느니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집에서 육 년을 꼬박 살고 이사 온 지금은 코로나가 창궐하는구나. 이사를 전염병으로 기억하다니, 이럴 수가 있구나 싶다. 이사한 날부터 새벽까지 정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또 정리만 해댔더니 어찌나 피곤한지 오늘은 열 시간가량을 내리 잤다.
아직은 이곳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익숙함도 시간에 따라 깊어지듯,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스며들 것이다.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지난 집처럼 이번 집도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언젠가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병도 창궐하지 않기를 바라며.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