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한 지 이주가 되었다. 그 사이 전입 신고를 마쳤고, 출근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사를 하던 날, 엄마는 새벽 일찍부터 김밥을 쌌고 아빠는 내 짐들을 챙기고 또 확인했다. 오빠와 새언니는 먼 길을 함께해 주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공허함이 큰 것을 알기에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숙제를 남기고 가는 것 같은 기분에. 이사를 앞두고 있을 때 엄마 아빠는 매일 이제 우리 딸내미 없으면 엄마 아빠는 심심해서 어떡하지, 하는 얘기를 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처럼 곁에 두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부모님도 나도 알기에 그 얘기를 할 수밖에, 그리고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삼십 대가 되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시간에도 끝은 있었고, 그 시간이 있어 나는 또 한 번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어려울 때, 꽤 자주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보았다.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며. 그때마다 나는 지금처럼 선택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시간을 되돌리는 순간마다 나의 모양이 만져졌고, 나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불안과 초조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다시 중요한 것을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시작에도, 어떤 끝에도 나는 늘 사랑 속에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