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계절 사이. 아무튼, 여름
배불리 저녁을 챙겨먹고 산책길에 오르니 제법 바람이 선선하니 여름이 조금씩 끝나나보다. 연이은 폭염에 입추 같은 소리한다고 비웃었는데 역시나 괜히 입추는 아니었나보다.
유난히 뜨거웠던 날씨 그리고 모두의 마음이 뜨거웠던 올림픽도 끝이 났다. 계절 중 가장 좋아하지 않던 계절이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여름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꽤나 많은 것들이 유난스러웠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는 이 계절이 다행이다 싶다. 무언가 왔다가 떠날 즈음이면 괜스레 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드는데 계절과 계절 사이인 지금이 그렇다. 어떻게하면 다음 주 여름 방학을 여름답게 잘 보낼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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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입덕 부정기를 거쳐, 내가 여름을 좋아하고 있다고 인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다. 여름을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남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덜 싫어하며 보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인 사람들, 여름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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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 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