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기억에 맞닿아있다.

두 번째 요리, 키슈(Quiche)

by 마음을 담는 사람

프랑스식 파이인 키슈를 만들었다. 바삭하게 구워낸 파이지 위로 각종 채소와 햄 또는 베이컨을 얹고, 달걀과 생크림을 섞은 충전물을 부어준 뒤 치즈를 뿌리고 오븐에 굽는다. 들어가는 재료에는 제한이 없다. 냉장고 정리용으로 아주 좋은 음식이다. 색감이 알록달록 하게끔 조금 신경만 쓰면,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다.


파이지는 조금 불규칙한 모양이지만, 나는 이런 투박한 느낌이 좋다. 특히나 파이지 테두리는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부분이다. 파삭거리면서도 고소하니 맛이 좋다. 누군가 피자를 먹다가 꼬투리만 남긴다면, 온전한 피자 한 조각을 포기하고도 그 꼬투리를 선택할 정도로 나는 그 특유의 담백함이 좋다.

고소한 향이 풍겨나더니 키슈가 완성되었다. 한 김만 살짝 식혀 조각으로 잘라먹는다. 뜨겁게 먹어도, 차갑게 먹어도 맛있어서 취향대로 먹으면 된다. 달걀과 생크림이 부드럽게 곳곳에 스며들어 풍미 있는 요리가 되었다. 뜨거운 키슈 한 조각에 차가운 맥주나 와인을 곁들여도 좋다. 차가운 샐러드를 곁들이면 다소 느끼한 맛을 잡아주어 좋다.


4년 전 미국에서 짧게 지낼 때 친구의 생일파티를 연 적이 있다. 나와 친구의 미국 생활에 도움을 준 고마운 분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여러 가지 메뉴를 준비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키슈였다. 예전에 클래스에서 한 번 배워보고 혼자서 만든 것은 처음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제법 맛있는 키슈가 완성됐다.

“프랑스에서 많이 먹는 식사용 파이래!!” 하고 키슈를 소개하자 친구들은 흥미로워했고 다행히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하나의 음식은 많은 것들을 불러온다. 그때의 기억이라든지, 그때의 사람이라든지.

이처럼 음식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기억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함께 나누어 먹던 음식을 통해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를 손주처럼 보살펴 주시던 프랭크 할아버지, 메를린 할머니가 그립다. 살뜰하게 우리를 챙겼던 제이미 가족이 보고 싶다. 타지에 와있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끔 우리와 우정을 쌓은 크리스티나, 캘리, 타일러, 코디- 모두가 정말 그리운 날이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우리가 헤어지는 날에는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다. 다시 꼭 만나자고 얘기하며 서로를 안았다. 다시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는 일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을까- 알면서도 그때만큼은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가 다시 모이는 날에는 맛있는 키슈를 굽고 싶다. 아마도 4년 전보다는 조금 더 맛있을 테니 하루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키슈를 구울 때마다 그리워할 선물을 주어서 고맙다. 부디 건강하게, 다시 보는 그 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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