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요리, 무화과 타르트. 이 계절이 주는 즐거움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 주인공 미수는 매일 아침 빵집으로 출근해서 입간판 꺼내고, 라디오 켜고, 커피를 탄다. 그녀의 오전 루틴을 보니 나의 오전 루틴이랑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작은 빵집처럼 나도 골목 안 작은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케이크를 굽고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주변에 선물도 많이 했었더랬다. 맛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보람과 재미가 더해져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보람과 재미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케이크를 만드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케이크를 만들고 예쁘게 장식해서 진열하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케이크의 일이다. 주인의 손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일- 낭만적인 일 같으면서도 조금은 서글픈 일이다.
아직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마감 시간까지 우두커니 기다리는 디저트가 많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 케이크를 만들었던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열심히 성실한 시간들을 쌓을 테니 부디 내가 애정 하는 것들이 좋은 곳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온다. 이런 날이면 카페에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달콤한 케이크에 커피가 생각난다. 손님이 없을 때는 특권 아닌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혼자 카페를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수도 있다. 오지 않는 손님을 외롭게 기다리며 짠 내 나게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아주 끝없는 외로움의 싸움이다.
축 처져 있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무화과의 계절은 유독 짧아 더 추워지기 전까지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실한 무화과를 주문해 타르트를 만들기로 했다. 타르트는 참 맛있고 예쁜 디저트지만 공정이 길어 사실 그리 자주 만들어 먹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계절을 누리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만들었다.
타르트를 만드는 레시피는 셀 수 없이 다양하고 종류 또한 엄청나다. 오늘 나는 바삭한 파트 사블레를 반죽하고 아몬드 크림을 얹어 구웠다. 그리고 크림 파티시에르- 쉽게 말하면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고, 샹티 크림을 섞어 만든 디플로매트 크림을 얹었다. 그리고 무화과를 얹어 완성했다.
바삭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 계절이 주는 즐거움이다.
이제 두 조각 남았다. 남은 시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