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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Oct 22. 2020

각자의 삶의 결이 있다. 그것은 고유해서 누군가와 완전하게 일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서로의 결이 엉키지 않고 함께 흐를 수 있다.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참 반가운 일이다.


감정의 시작점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이른 편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누군가가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말하고 싶어 하는 바를 조금 먼저 알아차릴 때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웃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그런 나와 동시에 어떤 감정이 시작되지 않을지라도,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누군가가 좋아졌다. 그 사람이 좋은 이유를 얘기해보라고 한다. 쉽지 않다. 그 사람이 어떠해서 좋았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그냥 좋아졌던 것 같다. 사랑도, 감정도 완전한 인과 관계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공식이 있는 것도, 그로 인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니듯. 그래서 나는 조금 그렇게 바란다. 당신이 이러해서 좋아진 것보다 당신이 그냥 좋아졌고, 나의 감정이 어떤 이유로 이렇다기보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눈물이 나면 "왜 울어?" 란 물음 대신에 그저 곁에 있어주기를. 웃음이 나면 "뭐가 웃겨?" 란 물음 대신에 함께 웃어주기를 말이다.


예전에 길을 걷다 어떤 커플을 봤다. 그 둘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흔히 하는 표현으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고 있었다. 얼마나 즐거워보이던지 보고 있는 나도 괜히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들은 어떤 결 속에서 함께 흐르고 있는 듯했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각자의 결 속에서 함께 흐를 수 있는 결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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