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곳의 분위기

by 마음을 담는 사람

장소가 가지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고스란히 내게 전이되는 감정이 있다.

공항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을 가질 수 있듯 말이다.

돈도, 시간도 없어 여행을 가지 못할 때 나는 공항 철도를 탔다. 인천 공항을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 그 먼길을 자처해서 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여행을 시작한 것처럼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볼 때 병원은 사실 늘, 갈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세상에는 어쩌면 이렇게나 아픈 사람이 많을까. 아픈 사람과 그의 곁을 지키는 보호자를 보며 어떤 시간들이 그들의 표정을 잃게 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친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깊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을지 상상하게 된다.

병원은 서글프고 누군가가 안쓰러워지기도 하고, 그런 감정의 조각들이 마구 흩어져있는 곳이다 나에게는.


검사 결과를 듣기 전은 늘 긴장된다.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패턴이 반복된지도 어느덧 몇 년 째지만 여전히 그 순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다.

나는 사실 환자의 비싼 약값이나 치료비를 부담할 만큼의 보호할 능력은 없는 보호자이지만, 부모님의 기분을 살피고 혹여라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 부드럽게 해야 하는 막내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의 보호자로 지내고 있다.


여러 감정들이 전이되는 병원이라는 장소에서, 그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외부에서 받는 압박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쉽게 예민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딱히 좋은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럴 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괜히 뾰족한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갈 때가 있어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안온한 상태를 애써 가져보려고 하는 것이다.

집 아닌 새로운 장소로 간다. 어떤 장소가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지, 내게 어떤 감정들이 전이될지 생각하며 말이다. 오늘은 카페에서 읽던 소설책을 마저 읽고, 커피를 마셨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음은 또 어떤 장소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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