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주는 것들

by 마음을 담는 사람


올해 여름은 역대급으로 더울 것이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매년 들어왔던 것 같다. 엄청난 더위를 예고하지만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없다. 전기세를 걱정하지 않고 에어컨을 오랫동안 틀 수 있는 용기 정도랄까.

더워도 너무 더운 곳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웬만한 더위는 적응이 되기도 했다.


아침, 저녁으로 은혜롭게 가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이렇게만 여름이 지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하지만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고,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듯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름은 싫지만 뜨거울수록 잘 익어갈 여름 과일을 생각하면 또 위로가 된다.

우리의 불쾌지수가 올라갈수록 여름 과일은 깊은 단맛을 낸다. 이런 것만 봐도 모든 일에는 좋은 일만 있지도, 나쁜 일만 있지도 않다.

사랑하는 참외와 복숭아를 아침저녁으로 깎아먹고 잘 익은 천도복숭아로 타르트를 굽고, 선풍기 앞에서 수박을 먹는 호사를 누리고, 탱글탱글한 살구로 잼을 끓여 스콘과 함께 먹던 즐거움은 여름이 주는 행복이었다.


어젯밤, 리코타 치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여름 과일들을 곁들여 9월의 첫날 아침을 완성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 기다려지지만, 내가 사랑하는 과일들은 모두 여름에 난다. 여름과일이 나오는 동안 열심히 먹으려고 어젯밤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올여름은 장마가 유난히 길어서 당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사각사각한 딱딱한 복숭아가 좋다. 새콤한 천도복숭아랑 치즈의 조합은 말해 무엇하며, 정말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무화과는 정말 열심히 먹어두어야 한다. 엄청 맛있어서. 여름은 이처럼 많은 것들을 준다.

인생 처음으로 마스크와 함께 한 이번 여름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나름대로 남긴 것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일 앞에서도 나름의 방법들을 찾아 성실히 살아왔으니 이 어려운 시간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 믿음이랄까.


올해는 참 많은 것들이 갑작스레 와버렸다. 9월이 되자마자 선선한 가을날이 온 것처럼, 예고도 없이 찾아온 누구도 반기지 않는 손님은 좀처럼 가지를 않는다.

어디를 가거든 늘 눈치를 챙겨야 하거늘. 좀처럼 눈치 없는 손님은 언제까지 눌러앉아 있을지 한숨이 나온다.

계절이 흐르듯, 부디 이 모든 것들도 조용히 흘러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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