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합니다만, 지켜지는 것은 글쎄요.

by 마음을 담는 사람

작년은 나의 이십 대의 마지막 해였다. 12월에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들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에 꽤나 질척댔다.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산다고 살았던 것 같고, 게으르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 할 결과는 없었다.

어느덧 내 삶에 놓여져 있는 것들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슬펐고 조금 우울했다.

밀어낼 수만 있다면 밀어내고 싶은 서른 살이었다.

‘어릴 적 내가 바라보던 서른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고?’

서른이 되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가득했던 나였지만, 이미 그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나의 삼십 대를 떠올리며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좋아하는 디저트를 굽는 일을 하며 아주 작지만 가게를 꾸리고 있고, 가게는 어느덧 2년 차가 되어 사람들이 찾아와 주고 있으며, 소소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계획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삶을 채워가고 있으니 나는 꽤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계획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되었다. 모든 계획이 완벽할 수 없고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라는 것도 알지만,

어떤 것도 계획할 수 없고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이런 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랬듯, 조금 이러다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일상을 깨뜨리고 무너뜨린 것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일상이 깨지면서는 감정도 무뎌지고, 메말라가는 것 같다. 의욕이 사라지고, 굳어가는 것도 같다.


어느덧 찬 바람이 부는 9월이 되었다. 나의 서른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꿈꾸는 것을 포기할 수 없고, 무기력해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때가 많지만 내일은 월요일이고, 그 말은 새로운 한주가 또 시작된다는 것이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는 것이다.

계획하지는 못하지만 계획해야 무기력해지지 않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또 계획을 해보기로 한다.

우리 모두, 부디 몸과 마음을 지켜내는 것이 그 어떤 계획을 지켜내는 것보다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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