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유년시절을 가족처럼 함께 지냈던 소중한 한 사람과 다시 연락이 닿았다.
언니랑은 이십 대 초반까지도 연락이 닿아서 만나기도 하고 안부를 전하며 지냈는데, 언니가 외국을 가는 기점으로 연락이 끊겼다.
이제는 계속 이어지는 인연이 있고, 끊어지면 끊어지는 대로 둬야 할 인연도 있고, 두 사람을 이어오는 인연이라는 실이 서서히 얇아져가는 것을 느껴도 크게 애를 쓰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때가 되었으니까. 모든 것에 마음을 쓰면서 지낸다는 건 너무나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끝나는 것인가 생각하며 지냈다.
가끔씩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정말 많이 그리웠다.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어젯밤 연락이 닿았고, 서로를 확인한 후 바로 통화를 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반가움을 나누다 한참을 말없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믿을 수가 없어서 나는 언니에게 언니, 말해봐. 한마디만 말해봐.라고 했다.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언니가 맞았다. 여전히 밝고 예쁜 목소리의 언니는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지냈어서, 말하는 걸 들어보면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 지내고 있을지 떠올릴 수 있다. 언니는 이제 거의 서울말을 썼다. 경기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언니에게 우리 다시 정말 만날 수 없을까 생각하며 많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뭔가 지금이 아니면 다시 정말 만나지 못할 거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 인연이,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리는 어릴 때 학교, 피아노 학원, 교회를 모두 함께 다녔다. 학교가 끝나면 언니네 집에 가서 수박을 먹고 떡볶이도 해 먹고, 우리는 그렇게 매일 함께 했다.
내가 중학생 때 1년 정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었는데 그때 언니네 집에서 참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언니의 부모님은 정말 나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셨고, 따뜻한 밥을 지어주시고 집에 갈 때마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다. 그리고 그 기도는 매일 들어도 눈물이 났다.
언니의 동생들은 날 참 많이 좋아해 주고 따랐다. 그리고 언니는 늘 곁에서 나를 지켜줬다.
언니네서 자고 일어나면 참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께서는 늘 찬양을 들으시며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셨다.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소리가 났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어머니표 부대찌개의 맛은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그리고 우리 집과는 다르게 수박을 가로로 잘라서 먹는 집이어서 내가 수박을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처음 생각하기도 했다. (이런 디테일한 기억력은 나도 가끔 놀랍다.) 보드랍고 모양을 잡아가느라 예민할 수 있었던 성장기의 나를, 몸과 마음까지 살펴주던 가족이었다. 그때 언니네 가족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언니의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었고, 시간이 많이 흐르고 다시 언니의 가족을 만났을 때에도 그대로였다.
언니의 부모님은 여전히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다. 언니의 두 동생은 여전히 예쁘고 귀여웠으며 나를 좋아해 줬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더라는 것까지 내게 알려준 귀한 인연임에 틀림없다.
언니가 정말 많이 보고 싶다. 곧 보기로 했는데, 얼른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