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와는 어떤 빵이든.

by 마음을 담는 사람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침 식사나 간식 시간에 식빵에 딸기잼 반, 땅콩버터 반을 발라 흰 우유와 함께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굽지 않고 결대로 쭉쭉 찢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빵에 잼을 반반 발라 한입 베어 물고 나면 치아 자국이 빵이 얼마나 쫄깃한지를 보여주었다.

바삭하게 먹고 싶은 날에는 토스터에 구워 또 잼을 반반 발라 자체 asmr을 선보이며 먹었다.

우리 집은 빵과 우유를 좋아하는 오빠 덕분인지 집에는 늘 그것들이 있었다. 오빠는 빵돌이, 나는 밥순이였다. 엄마 말로는 오빠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빵이 그렇게 당겼다고 한다. 빵으로 빚어진 우리 오빠는 밥 대신 빵으로도 끼니를 대신했다. 그런 오빠와는 달리 나는 밥을 꼭 먹어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은 밥보다 빵이다. 역시 가족은 가족인 건가?


오빠는 빵 봉지를 꺼냄과 동시에 냉장고에서 흰 우유를 꺼내서 잔을 가득 채워먹었다. 나는 우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서, 빵과 물을 먹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밥보다 빵을 좋아하고 있다. 우유는 여전히 즐기지는 않지만, 빵과 함께 먹는 우유의 참맛은 안다. 빵과 물을 함께 먹는 빵 룰을 어기는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어른이 되었다.

아무튼 입맛은 변한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것만 보아도, 깊게 사랑이다 뭐다 하는 가치까지 닿지 않아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전히 우유를 즐기지는 않아 우유를 먹는다면 카페 라떼를 통해서야 먹고 있지만, 그런 나도 커피보다는 흰 우유와 먹는 몇 개의 아이템들이 있다.

단팥빵, 소보루빵, 앙금빵과 같은 기본에 충실한 빵들이다. 이 클래식한 빵들은 우리 엄마 아빠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모든 만남은 빵집을 통해 이루어졌던 그때부터 우유와 함께 먹던 최고의 먹조합임을 세월이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세월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진한 초코 머핀이나 초코빵에 가까운 초코 케이크 같은 것들이 있겠다. 진득하게 입안을 감싸고 약간 목이 막힐 것 같은 꾸덕한 식감에는 흰 우유로 내려줘야 한다. 마치 영자 언니가 체기를 한방 통닭을 통해 내리듯.


그래서 날도 선선해졌겠다, 초코칩을 가득 넣은 초코 머핀을 구웠다. 그리고 역시나 흰 우유랑 같이 먹었다. 흰 우유야말로 진정한 케미 요정이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때로는 특별함보다 무난한 평범함이 더 마음을 채울 때가 있는 법이다. 누가 구워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간단한 초코 머핀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베이킹을 조금이라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후다닥 만들 수가 있다.

찬 바람에 마음이 괜스레 공허해지고 허하다면, 맛있는 빵과 흰 우유를 준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두 개만 있어도 꼬마 시절의 좋은 기억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아주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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