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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Oct 09. 2020

고소한 맛의 기억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나는 미숫가루, 선식, 콩가루, 쑥가루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대학생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는데, 그곳에서 곡물 라떼의 맛을 처음   어느 카페에 가도 곡물 라떼가 있다면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처음 방문하는 카페라면 분위기를 살핀 뒤, 곡물 라떼가 아주 진하고 맛있을 분위기라면 바로 주문한다. 진하고 맛있을 분위기가 뭐냐고요? 오직 육감입니다. 


아주 어릴 때- 여름날 밖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뛰어놀다가 옆집 언니네로 놀러 가면 미숫가루를 스뎅 그릇(꼭 스뎅 그릇이라고 표현해야  맛이 산다.)에 시원한 물과 함께 만들어 먹었다. 지금은 우유에 꿀이지만, 그때는 물에 설탕을 넣었다. 얼음도 섭섭하지 않게 넣어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가루를 완전히 풀지 않고 적당히 풀어 중간중간 씹히는 마른 가루 알갱이들을 반기며 먹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숫가루는 어설프게 섞어 먹는다. 


아무튼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즐기는 나는 오로지 나의 입맛을 위해, 새로운 디저트를 구웠다. 박력분과 슈가파우더, 버터, 견과류를 넣어 반죽을 만들어 구운 뒤에 콩가루에 데굴데굴 굴렸다. 빠작하고 부드럽게 바스러지는 식감을 느끼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맛이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는 요즘, 아침에 오븐을 켜고 케이크를 굽고 쿠키와 머핀을 굽다 보면 달큰한 향이 공간을 채운다. 그럼 애석하게도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이걸 먹어 말아, 하나만 먹을까 두 개 먹을까?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곁에 말이 없어 얼마나 살이 포동포동 찌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고  입맛은 부지런히도 돋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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