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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21. 2024

경멸에 의해 운명을 극복하다


"경멸에 의해 극복될 수 없는 운명은 없다."(There is no fate that cannot be surmounted by scorn.)(알베르 카뮈, [시지프스의 신화} 중에서)


 알베르 카뮈는 인간이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철학자입니다. "경멸로 극복할 수 없는 운명은 없다"라는 그의 말은, 가혹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더라도 우리가 선택과 자유를 통해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면 견딜 만하지만, 아무리 풍족한 삶이라도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공허함과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가족관계, 직업적 성취, 자기 성장, 종교적 믿음 등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아무리 의미를 찾으려 해도, 현실이 그에 답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뮈는 이처럼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갈망과, 그것을 채워주지 않는 세상 사이의 간극을 '부조리'라고 불렀습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거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바로 이런 부조리의 예입니다.


 카뮈는 시지프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영원히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모습은 얼핏 보면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카뮈는 시지프스를 단순한 희생자가 아닌, 자신의 운명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자유를 얻는 인물로 그립니다. 무의미하게 영원히 반복되는 노동의 저주에 걸린 자신의 운명에 절망하지 않고 경멸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카뮈가 말하는 '경멸'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이는 힘든 상황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태도를 지키는 강한 의지를 뜻합니다.


때로는 우리 앞에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칩니다. 중병 진단을 받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같은 것들입니다. 카뮈는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시지프스를 행복한 사람으로 상상해야 한다"는 카뮈의 말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우리가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행복은 상황을 바꾸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지키는 데서 옵니다.


 결국 운명을 경멸한다는 것은, 힘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운명을 경멸하는 순간, 우리는 운명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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