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사과를 손에 들고 아삭하게 한 입 베어 물거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커피의 향기가 퍼지고 사과의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는 이 순간들이 얼마나 특별할까요? 하지만 이런 일상 속에서 우리는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각들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의미없이 흘려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을까요?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는 평범한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사과와 오렌지, 접시, 천이 놓인 정물화 속에서 세잔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사과의 불완전한 형태, 기울어진 접시, 과장된 천의 주름은 세잔이 온몸으로 느낀 감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우리의 감각적 경험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만나는 세상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세잔의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정말로 세상을 '보기만' 하는 걸까요?"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손으로는 무게를 느끼고, 코로는 향기를 맡습니다. 우리는 온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철학은 지각을 이성과 분리된 수동적인 과정으로 여겼지만, 메를로-퐁티는 지각이 신체적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공원을 산책할 때 우리는 나무를 보는 것뿐 아니라, 바람의 감촉과 흙 냄새도 함께 경험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지각은 몸 전체로 세상과 연결됩니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세잔의 그림 속 사과는 절대 홀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과는 오렌지, 접시, 천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과의 색은 오렌지와 대조를 이루어 서로를 더 돋보이게 하고, 접시는 살짝 기울어져 균형을 잡으려는 긴장감을 줍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항상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책상에 앉아 글을 쓸 때 의자의 높이나 펜의 촉감이 우리의 자세와 글쓰기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갑니다.
더 많은 감각을 느끼기 위하여
오늘날 우리는 TV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많은 것을 접합니다. 하지만 화면 속 풍경과 실제로 공원에서 산책하며 느끼는 경험은 다릅니다. 화면 속 나무와 꽃은 그저 시각적인 정보일 뿐이지만, 실제로 공원을 걸을 때 우리는 바람의 시원함, 나무의 향기, 땅의 질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직접 몸을 움직여 활동하고 기회가 부족하면 우리가 실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감각적 경험이 제한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위해 더 많은 감각을 사용해야 합니다.
세잔과 메를로-퐁티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합니다. 세상과 내가 만나는 통로를 보는 것에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몸의 감각을 느끼고 향유하는 더 풍성한 삶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