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란 단순히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성향만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는 성향이기도 합니다. 덕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은, 후대의 칸트가 생각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기질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덕을 길러 형성된 기질에 따라 행동하는 것입니다."(Virtues are dispositions not only to act in particular ways, but also to feel in particular ways. To act virtuously is not, as Kant was later to think, to act against inclination; it is to act from inclination formed by the cultivation of the virtues.)(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덕의 상실> 중에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을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능력"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덕이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뿐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반응하는 내면의 성향까지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덕 있는 행동은 억지로 본능이나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닙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내면의 성향과 대비됩니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내면화된 덕목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즉 매킨타이어는 덕을 통해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매킨타이어의 생각은 칸트의 윤리학과 대비됩니다. 칸트는 도덕적 행동이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도덕적 행위가 이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며, 감정은 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했습니다. 그는 "옳은 행동은 이성적 의무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칸트의 관점에서는 우리가 누군가를 돕는 이유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라면, 그 행동은 진정한 도덕적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돕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의무를 따르기 위해 돕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매킨타이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덕 있는 사람은 누군가를 돕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이미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성향입니다." 다시 말해, 덕 있는 행동이란 의무를 억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기꺼운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매킨타이어는 덕이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덕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점점 우리의 성향으로 자리 잡습니다. 예를 들어, 정직함이라는 덕목을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는 실수를 인정하거나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정직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점차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집니다. 마찬가지로, 배려라는 덕목도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실천해야 할지 모릅니다. "저 사람을 도와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순간이 많겠죠. 하지만 반복해서 배려를 실천하면, 타인을 돕는 것이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선택이 됩니다. 덕은 단순히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이 우리의 본성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매킨타이어의 덕 윤리는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정직을 실천한다고 해봅시다.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해결책을 제안하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 동료와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됩니다. 또한,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덕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며 배려하는 행동이 그렇습니다. 이런 실천은 관계를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계속 반복하면, 덕목은 우리의 성향으로 자리 잡습니다. 매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작은 행동이 쌓이면, 점점 더 감사하는 태도가 몸에 배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덕 있는 사람이 됩니다.
매킨타이어는 고대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탁월한 삶(eudaimonia)'으로 가는 기술이라고 보았습니다. 좋은 삶이란 덕을 연습하고 몸에 익히며, 그것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는 삶이라고 했죠. 매킨타이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그는 덕이 단지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한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매킨타이어는 덕 있는 삶이란 옳은 행동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삶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의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연습과 실천을 통해, 덕은 점차 우리의 자연스러운 성향으로 자리 잡습니다.
덕 있는 삶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다른 사람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맺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