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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Dec 13. 2024

수도사를 넘어 유목민의 시대로


"금욕주의가 수도사의 방에서 일상생활로 나와 세속적 도덕을 지배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현대 경제 질서의 거대한 우주를 건설하는 데 일조했다."(... when asceticism was carried out of monastic cells into everyday life, and began to dominate worldly morality, it did its part in building the tremendous cosmos of the modern economic order.)(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중에서)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탐구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단순히 경제적 필요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세상과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에서 시작된다는 겁니다. 베버는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바라보는 태도가 종교적 신념과 문화적 가치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금욕주의라는 종교적 태도가 자본주의 정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금욕주의는 원래 수도원에서 시작된 규율입니다. 수도사들은 사치나 쾌락을 멀리하고, 검소하게 살며 신에게 헌신하는 삶을 목표로 삼았죠. 하지만 베버는 이 금욕주의가 수도원을 넘어 일상생활로 들어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금욕주의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노동은 더 이상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노동은 신의 소명을 따르는 성스러운 일로 여겨졌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살며, 번 돈을 다시 일에 투자하는 것은 신에게 기쁨을 드리는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금욕주의는 자본주의 정신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절제하며, 축적된 자본을 낭비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태도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리로 자리 잡게 되었죠.


 금욕주의는 자본주의 정신을 만들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금욕주의는 성실한 노동과 검소한 삶을 강조하며, 경제적 성장과 자본 축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신이 왜곡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노동을 삶의 중심에 두게 되었고,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쫓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끊임없이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단순히 일하는 기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보다는,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거죠.


 또한, 금욕주의는 휴식과 여가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종종 여가를 즐기는 일이 사치처럼 여겨지고, 쉬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인간다운 삶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금욕주의가 장려했던 자본 축적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부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집중되고, 많은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금욕주의는 자본주의의 씨앗을 심고, 현대 경제를 만들어낸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강조한 효율성과 생산성은 우리의 삶에서 인간적인 면을 희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베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위해 사는 것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삶인가요?" 이제 우리는 금욕주의가 만들어낸 경제 질서를 넘어, 휴식과 여유, 공정성과 행복을 중심에 둔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금욕주의가 자본주의 정신의 뿌리가 되었다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정신으로 주목받는 개념 중 하나는 노마디즘(Nomadism)입니다. 노마디즘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하며 살아가는 유목민과 같은 태도를 뜻합니다. 노마디즘은 정착지에서 삶을 규정짓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이는 금욕주의가 강조했던 절제와 안정 대신, 창의성과 유동성을 삶의 중심에 둡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고정된 직업과 안정된 삶보다는 자유로운 이동과 다양한 경험을 선택합니다. 원격 근무, 디지털 노마드 문화는 이러한 새로운 정신을 반영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하나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노마디즘은 노동과 생산성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경제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삶을 더 유연하게 재구성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삶은 더 이상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창조적 성장을 위한 여정이 됩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나갈 새로운 정신이 필요합니다. 노마디즘과 같은 유연하고 창조적인 태도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구성하게 만듭니다. 노마디즘이 보여주듯, 삶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여정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새로운 정신으로 당신만의 길을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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