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신비로운' 대상은 우리의 인식과 이해를 넘어서는데, 이는 우리의 지식에 어떤 제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서 본질적으로 전적으로 다른 것을 마주치기 때문이며, 그것의 종류와 특성은 우리 자신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서, 우리는 그 앞에서 섬뜩하고 마비된 듯한 경이로움 속에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 the truly "mysterious" object is beyond our apprehension and comprehension, not only because our knowledge has certain irremovable limits, but because in it we come upon something inherently wholly-other, whose kind and character are incommensurable with our own, and before which we therefore recoil in a wonder that strikes us chill and numb.)(루돌프 오토, <성스러운 경험으로서의 종교> 중에서)
루돌프 오토는 우리가 세상에서 느끼는 '성스러움(The Numinous)'이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우리나라 종교학계에서는 이 용어를 '누미노제'로 번역합니다.) 신비로운 것이란 우리의 머리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를 뜻합니다. 그는 신비로운 것이 단순히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과 마주할 때 경외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매혹을 느낍니다.
오토는 신비로움과 성스러움을 연결합니다. 성스러움은 꼭 종교적인 순간에만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연, 예술, 또는 어떤 특별한 순간을 통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맑은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보며 우주의 끝없는 넓이를 느낄 때, 또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성스러움을 체험합니다.
이런 성스러운 경험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성스러움을 느끼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고, 겸손해집니다. 동시에 더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잊었던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줍니다. 성스러움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이는 우리가 삶의 초월적인 의미를 찾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현대에서도 성스러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사례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1990년, 보이저 1호 우주선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지구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우주선을 설계하고 운영했던 과학자들은 64억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하기로 결정했죠. 그렇게 찍힌 사진 속에서 지구는 어두운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희미한 점처럼 보였습니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며 깊은 통찰을 얻었고,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이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가 사는 집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역사가 그 작은 점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왕과 농부, 혁명과 전쟁, 기쁨과 고통 모두가 저 점 위에서 벌어졌습니다. 우주는 광대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세이건의 이 메시지는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넘어, 우리에게 성스러움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우주의 광대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작은 점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새롭게 성찰하게 됩니다.
칼 세이건의 이야기가 보여주듯, 성스러움은 우리가 가만히 멈춰 우주나 자연, 또는 자신을 바라볼 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의 시야는 더 넓어지고,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빛 아래서 잠시 멈춰 보세요. 우주의 광대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낍니다. 숲 속에서 새소리와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도 성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도 또 다른 통로입니다. 감동적인 음악, 감정을 흔드는 문학, 강렬한 그림은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더 높은 차원의 감정을 느끼도록 돕습니다. 일상에서도 성스러움은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방을 가득 채우는 순간, 한 잔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고요함,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도 우리는 성스러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스러움은 우리의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이야기처럼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달을 때, 우리는 더 겸손해지고, 서로를 아끼며, 더 큰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순간에 성스러움을 느꼈나요? 그 경험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돌아보세요. 성스러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