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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로 성장한다

by 정지영

"실수는 인간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알렉산더 포프, <비평에 대한 에세이> 중에서)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인간은 본래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수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실수를 인정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지만, 어떤 이는 실수를 두려워하며 숨기려 합니다. 타인의 실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쉽게 비판하고 단죄할 수도 있고, 이해하고 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는 인간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 알렉산더 포프의 이 유명한 문장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용서를 통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연 용서는 인간이 실천할 수 없는 신적인 영역일까요? 아니면 노력하면 실현할 수 있는 가치일까요?


알렉산더 포프(1688-1744)는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 비평가입니다. 그의 저서 <비평에 대한 에세이>(An Essay on Criticism, 1711)에서 이 명언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은 문학 비평과 글쓰기의 원칙을 논하는 시형식의 에세이로, 비평의 목적이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작가와 독자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명언이 등장하는 원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Good-Nature and Good-Sense must ever join; 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

포프는 선한 성품(Good-Nature)과 건전한 판단(Good-Sense)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비평가들이 단순히 실수를 지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평가를 통해 창작자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삶도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성공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지루할 뿐입니다. 실패와 실수, 성공과 좌절이 얽혀 있을 때 비로소 공감과 감동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평가하며 실수를 발견하는 순간,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실수만을 보고 단죄할 것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삶의 가치를 발견할 것인가?


수준 낮은 비평가는 실수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만, 진정한 비평가는 실수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그 실수에는 각자의 이유와 맥락이 존재합니다. 실수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실수에 분노하고 복수하고 싶어 합니다. 이는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에티카>에서 우리가 이성을 통해 분노를 극복하고 용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모든 사건이 인과적 필연성(determinism) 속에서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어떤 사람의 실수가 단순한 악의 때문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비유로 설명하자면, 인간은 마치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나뭇잎과 같습니다. 나뭇잎은 자신이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강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갑니다. 두 나뭇잎이 서로 부딪쳤을 때, 그들은 서로를 탓하지만, 사실 그들은 강물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움직인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실수도 개인의 자유의지보다는 인과적 필연성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난이 아닌 용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자연의 인과적 필연성을 신적 속성으로 보았습니다. 그의 "신이 곧 자연이다"라는 명제는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따라서 용서는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성을 통해 신적 속성을 받아들일 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스피노자 역시 알렉산더 포프처럼 용서를 신적 영역에 속한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타인의 실수를 바라볼 때 우리의 태도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실수는 인간의 영역이지만, 용서 역시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고귀한 덕목입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난을 멈추고 더 깊은 이해와 연민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용서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능력이며, 실수를 통해 더욱 성숙한 존재로 나아가도록 돕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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