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을 완벽하게 보는 법을 배움으로써 사랑하게 된다.(샘 킨)
깊은 산속 소나무들 사이에 바위 하나가 있습니다. 어른 키만 한 크기의 회색빛 바위로, 특별히 크지도 않고 딱히 예쁘지도 않은 평범한 모습입니다. 산허리 곳곳에 자리한 큰 바위들은 여러 새와 나무, 풀꽃들로 자신을 치장할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그 모양이 유난히 아름다워 사람들의 집으로 옮겨지는 바위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나는 이 모양으로 태어났을까?'
새와 나무, 풀꽃, 그리고 사람들이 한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한탄스럽습니다. 바위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음침한 습기를 먹고 자라는 눅눅하고 냄새나는 푸르스름한 이끼들뿐입니다. 바위는 몸에 들러붙은 그 이끼들이 그저 밉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한 남자가 산을 올라옵니다. 오십대쯤 되어 보이는 그 남자는 거친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립니다. 검은 수염이 턱까지 자란 남자는 바위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 한참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마침내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한 남자의 눈길을 느끼며 바위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튿날 남자가 다시 산을 올라옵니다. 그의 손에는 무거운 망치와 날카로운 끌이 들려 있습니다. 그는 바위 앞에 털털한 보자기를 펼쳐놓고 도구들을 꺼내더니 바위를 망치로 톡톡 두드려 봅니다. 그리고는 끌로 조금씩 깎아내기 시작합니다. 바위는 몸과 마음이 실로 고통스럽습니다.
"대체 무엇을 하시는 거예요?"
남자는 바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굵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합니다.
"이제 너는 곧 부처님이 된단다. 사람들이 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렴."
바위는 예전에 다른 바위들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석공의 손길에 의해 돌부처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바위는 무척 기뻤습니다. 이제 자신은 어느 고요한 사원으로 옮겨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귀한 부처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을 꿋꿋하게 견뎌냅니다.
며칠 후 마침내 바위는 연꽃 위에 앉아 있는 부처님의 몸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석공은 부처님의 얼굴을 새기려다가 갑자기 끌을 내려놓고 주춤거립니다. 그 다음날도 얼굴을 새길 부분을 하루 종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산을 내려갑니다.
석공은 몇 달 동안 마지막 작업을 미룬 채 거듭 산을 오르고 내리기만 할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석공은 바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다른 바위에 부처님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석공은 완벽한 부처님의 형상을 완성합니다. 다시 며칠이 지나자 힘센 남자들이 여럿 몰려와 완성된 돌부처를 지게에 지고 가져갑니다.
그날 이후 석공은 두 번 다시 바위를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위의 바위들과 다람쥐, 새들이 바위를 놀립니다.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좋아하더니 결국 버림받고 말았군. 게다가 이젠 얼굴도 없는 흉측한 모습을 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종종 바위 곁을 지나는 산꾼들은 버려진 돌부처를 보고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얼굴 없는 돌부처를 보다니 정말 끔찍하군. 이거 또 무슨 재수 없는 일이 생기려고 그러나? 쯧쯧..."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바위는 석공이 몹시도 원망스럽습니다. 그냥 내버려두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자신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든 석공을 도무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봄날, 옛 석공이 다시 바위를 찾아옵니다. 석공은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조차 옮기기 어려운 할아버지가 되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거친 돌을 깍는 일로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습니다.
석공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는 너를 이곳에 남겨 놓고 수십 년 동안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단다. 궁궐의 임금부터 시장의 거지까지, 웃는 아이부터 우는 노인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부처님의 참모습을 찾으려 했지. 그때 정말 부처님과 같은 얼굴을 새겨넣고 싶었지만 도저히 머릿속에 그 아름답고 자비로운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단다. 그래서 간절히 찾고 또 찾았지만... 그러다가 이렇게 무심한 세월만 흘렀고, 지금껏 부처님의 얼굴을 찾지 못한 채 쓸쓸한 걸음으로 이곳까지 왔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석공의 애틋한 고백을 들은 바위는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석공도 나처럼 완성되지 못한 채로 살아왔구나... 나만 버림받은 게 아니었어.'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석공 역시 부처님의 참모습을 찾지 못해 평생을 괴로워하며 방랑했던 것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원망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구나. 어떻게든 시작은 해야지."
석공은 오랜 세월 돌을 깍느라 굳은 살이 박이고 상처투성이가 된 손으로 조심스럽게 끌을 잡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부처님의 얼굴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오랜 상처들이 다시 벌어지고 거친 작업으로 인해 손은 곧 피범벅이 됩니다. 돌부처의 얼굴에도 석공의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그렇게 완성된 돌부처의 얼굴은 석공의 얼굴을 닮아 있습니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아보기 힘든 애매한 표정입니다. 늙은 석공의 아픈 몸과 약한 정신은 이미 단단한 돌조각에 제대로 모양을 새길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겨우 조각을 마친 석공은 그만 돌부처의 곁에 털썩 주저앉더니 고개를 떨구고 숨을 거둡니다.
그 돌부처는 어느 사원에서도 모셔가지 않습니다. 돌부처는 그 자리에 다시 남겨집니다. 그러나 그 돌부처를 찾아오는 사람의 수가 하나 둘 늘어갑니다.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돌부처에게 간절히 기도를 드립니다.
기쁘고 행복한 사람은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돌부처의 자애로움을 봅니다. 불행 중에 있는 사람은 슬픈 표정으로 위로하는 돌부처의 따뜻함을 보고, 아이들은 마치 자신의 친구처럼 맑고 천진난만한 돌부처의 은은한 미소를 봅니다.
사람들은 어떤 큰 사원의 화려하고 세련된 부처보다도 더 진실하고 소박한 부처님의 존재를 이 작은 돌부처에게서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석공의 헌신과 바위의 오랜 기다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진정한 부처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