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정념을 이기는 기술: 관념 재구조화 훈련

by 정지영


"감정은 그것과 반대되는, 그리고 억제되어야 할 그 감정보다 더 강력한 어떤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면, 억제될 수도 없고, 제거될 수도 없다." — 스피노자, 『에티카』 제4부 정리 7

"선과 악의 참된 인식은 그것이 참인 경우 어떤 감정도 억제할 수 없고, 그것이 감정으로 간주되는 경우에서만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 — 스피노자, 『에티카』 제4부 정리 14


정념의 대항력: 이해라는 더 강한 감정

월요일 아침, 직장에서 동료가 차갑게 인사를 건넨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불안과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그 동료가 며칠째 병간호로 밤을 새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해'라는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불안을 즉시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제시한 감정 변화의 핵심 원리다. 감정은 의지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강력하고 적합한 관념, 즉 '이해'를 통해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냄으로써 전환된다. 스피노자에게 '이해'는 차가운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의 힘(코나투스)을 증진시키는, 가장 안정적이고 강력한 '기쁨'이다. 왜냐하면 부적합한 관념(오해)의 안개 속에 갇혀 있던 정신이, 적합한 관념(이해)을 통해 사물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때, 정신은 자신의 힘(사유 능력)이 증진되었음을 느끼고, 이 능력의 증진 자체가 바로 기쁨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서는 이 원리를 체계적으로 실습할 수 있는 '관념 재구조화 훈련'을 단계별로 살펴본다. 이것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 훈련이 아니라, 부적합한 관념의 힘을 약화시키고 이해의 기쁨을 키워나가는 구체적인 기술이다.



관념 재구조화 3단계 시스템: 1종의 지식에서 2종의 지식으로

이 훈련의 철학적 목표는, 스피노자가 말한 '1종의 지식(상상과 억견)'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반응을 '2종의 지식(이성)'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념은 대부분 단편적이고 왜곡된 상상(1종 지식)에서 비롯된다. 이를 사물의 공통된 성질과 인과법칙을 파악하는 이성(2종 지식)의 빛으로 비추어볼 때, 비로소 정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1단계: 정념 포착과 분해 (상상의 산물 인식하기)

첫 단계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념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 구조를 분해하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상태에서는 감정과 내가 하나가 되어버린다. 이 동일시에서 벗어나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명명함으로써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진정시키는(감정 라벨링) 효과적인 뇌 훈련이기도 하다.

[실습 1: 신체-관념-정서 삼각형 그리기] 강한 감정이 일어났을 때 종이에 삼각형을 그리고 각 꼭짓점에 다음을 기록한다:

신체: 어깨가 경직됐다, 심장이 빨리 뛴다, 숨이 얕아졌다.

관념: "실패할 것 같다", "무능해 보일 것 같다",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 (지식의 1종)

정서: 불안, 두려움, 위축감. (정념)

이 삼각형을 통해 감정이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세 가지 요소의 조합임을 분명히 인식한다.


2단계: 부적합한 관념 탐지 (상상의 오류 분석하기)

두 번째 단계는 감정을 일으킨 '부적합한 관념'을 찾아내는 것이다. 부적합한 관념, 즉 상상(1종 지식)의 오류는 명확하다. 단편적이고, 과장되어 있으며, 흑백논리에 빠져 있고, 시간적 관점이 좁다.

[실습 2: 부적합한 관념 체크리스트]

SNS 비교로 우울해졌을 때: 내 머릿속 관념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하다"이다. 이 생각은 "항상", "모든" 같은 과장법을 사용하고, SNS라는 부분을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체크리스트:
□ 과장법 사용: "항상", "절대", "모든"
□ 예언자 착각: 불확실한 미래를 단정
□ 마음 읽기: 타인의 마음을 임의로 해석
□ 부분을 전체로: 하나의 사건을 일반화
□ 책임 집중: 모든 책임을 나에게만 돌림


3단계: 적합한 관념 구성 (이성의 힘으로 재구성하기)

마지막 단계는 부적합한 관념을 대체할 '적합한 관념(2종 지식)'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더 완전하고, 맥락적이며,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신경과학적으로 이는 감정적 자극에 대한 초기 반응(편도체 중심)을, 전전두엽이 개입하여 조절하고 재해석하는 '인지적 재평가'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실습 3: 균형 잡힌 관념 공식]

"[부정적/단편적 사실(1종 지식)]도 있지만, 동시에 [긍정적/전체적 사실(2종 지식)]도 있다. 따라서 [건설적 행동]에 집중하겠다."

실수 후 자책할 때
- 부적합한 관념: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실수한다. 정말 능력이 없다."
- 적합한 관념으로 재구성: "이번에 실수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이 경험을 통해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자책을 멈추고 개선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겠다."

미래가 불안할 때
- 부적합한 관념: "앞으로 모든 것이 불안하고 통제 불가능하다."
- 적합한 관념으로 재구성: "미래가 불확실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통제 불가능한 걱정을 멈추고 현재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준비에 집중하겠다."



일상 속 관념 재구조화 루틴

관념 재구조화 훈련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자전거를 배우듯 꾸준한 연습을 통해 몸에 익히는 습관에 가깝다. 다음과 같이 아침, 저녁, 그리고 주말의 시간을 활용하여 이 훈련을 삶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다.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미리 점검한다. 잠에서 깨어 5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오늘 하루에 대해 어떤 생각과 기대를 품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만약 '오늘 회의에서 실수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막연한 불안이 떠오른다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균형 잡힌 관점('회의는 나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협력하는 자리다')으로 생각을 전환하며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는 하루 동안 마주할 정념의 파도에 대비해 미리 방파제를 쌓는 것과 같다.


저녁은 하루 동안 일어났던 정념들을 차분히 복기하는 시간이다. 잠들기 전 10분, 그날 유독 강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앞에서 배운 '감정 해부 노트'를 작성하며 그 감정의 구조를 분석하고 재구조화를 연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날의 감정적 혼란을 미해결 과제로 남겨두지 않고, 이해와 배움으로 마무리하며 하루를 평온하게 마감할 수 있다.


그리고 주말은 숲 전체를 조망하는 시간이다. 일주일간 작성한 노트들을 검토하며, 개별적인 사건(나무)이 아닌 전체적인 경향(숲)을 본다. '내가 유독 월요일 오전에 무력감을 느끼는구나', '특정 인물 앞에서 위축되는 패턴이 있네'와 같이 반복되는 부적합한 관념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다음 주에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적합한 관념'을 미리 준비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해의 기쁨이라는 가장 강력한 힘: 스피노자의 처방

그렇다면 이 관념 재구조화 훈련은 어떻게 부정적 감정을 이길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이게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어"라고 말한다. 다이어트 중 케이크를 먹거나, 시험 전날 SNS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스피노자는 이 딜레마를 『에티카』 제4부 정리 14에서 정확히 설명한다.


"선과 악의 참된 인식은 그것이 참인 경우 어떤 감정도 억제할 수 없고, 그것이 감정으로 간주되는 경우에서만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이 행동은 나에게 해롭다'는 차가운 지식(truth) 자체는 힘이 없다는 뜻이다. 그 지식은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당장의 강력한 감정(affect)을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이성적으로는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실패하는 이유다.


스피노자는 지식이 힘을 갖기 위한 유일한 조건을 제시한다. 바로 그 지식 자체가 감정(affect)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지식이 감정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챕터에서 연습한 '관념 재구조화'의 최종 목표다. 이 훈련은 건조한 사실 목록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부적합한 관념(오해)의 안개가 걷히고, 상황의 전체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적합한 관념'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시야가 트이는 듯한 해방감, 자신의 힘이 커지는 듯한 만족감, 즉 '이해에서 오는 기쁨(joy of understanding)'이다.


이 '이해의 기쁨'은 외부 자극에 의해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정념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정신적 힘(코나투스)이 증진될 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능동적 정서(active affect)'다.


이제 우리는 스피노자의 처방전을 완성할 수 있다. 부정적 정념(불안, 분노 등)을 이기는 '더 강한 반대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낸 긍정적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의 기쁨'이라는 능동적 정서다. 불안이라는 슬픔의 감정은, 그 불안의 원인을 명확히 이해했을 때 오는 기쁨의 감정 앞에서 힘을 잃는다.


결국 우리는 차가운 이성으로 뜨거운 감정을 끄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정념의 불꽃을, 우리 자신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이해의 불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것이 스피노자가 제시한, 감정의 주인이 되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런 부정적 감정의 해체를 넘어, 적극적으로 능동적 감정을 만들어내는 과정, 즉 '정념에서 이해로'의 전환을 더 깊이 탐구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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