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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Oct 15. 2024

자연의 법칙 안에서 찾는 자유

: 스토아적 삶의 방식을 찾아서

1. 자연과 인과법칙, 인간과 이성의 유비적 관계

 자연은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강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필연적으로 흘러갑니다. 장애물이 있어도 방향을 바꾸며 결국 그 흐름을 유지합니다. 자연의 모든 현상은 이렇게 원인과 결과로 이어지며, 그 법칙은 절대적입니다.


 인간의 이성도 이와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정보를 바탕으로 이성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예를 들어, 날씨가 흐리면 우산을 챙기고,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멈추죠. 우리의 이성도 자연의 법칙처럼 경험과 논리를 통해 사건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합니다. 마치 강물이 흐르는 방향이 정해진 것처럼, 우리의 이성적 판단도 특정한 흐름을 따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 이성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필연적입니다. 강물이 흐르면, 그것은 반드시 낮은 곳으로 향합니다. 의지나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 법칙을 따르며, 자신을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게 느낍니다. 우리는 마치 자신이 선택의 주체라고 믿습니다. 출근길에 어느 길로 갈지,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죠. 이는 마치 우리가 배를 타고 강 위를 항해하는 선장처럼 느껴집니다. 여러 갈림길을 고려하고, 그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습니다. 이때 우리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2. 자율성 착각과 그 문제점

 그러나 이 자율성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인간의 선택이 자연의 필연적 법칙 안에 있다고 봅니다. 배를 몰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 배는 강물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다고 믿는 결정들도 사실은 자연의 인과법칙에 의해 이미 결정된 흐름 속에 있는 것입니다.


 이 자율성에 대한 착각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먼저, 우리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좌절하고 불안해집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우리는 자신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합니다. 이때의 고통은 우리를 더욱 고립시키고, 삶에 대한 불신을 키웁니다.


 또한,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키웁니다. 모든 것이 나의 노력에 달렸다고 믿기에, 결과가 나쁘면 타인을 탓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이것은 인간관계를 해치고, 사회 속에서 고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3. 자연법칙 안에 있는 인간 이성: 스토아 철학의 관점

 스토아 철학은 이러한 자율성에 대한 믿음을 오해라고 봅니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선택과 행동도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배는 강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선택과 경험도 자연의 흐름 속에서 발생하며, 우리는 그 안에서 작은 조정을 할 뿐입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불안한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그들은 무엇을 원하길래 불안해하는 걸까? 만약 그들이 자기 통제 밖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그들이 불안에 사로잡힐까요?" 라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우리의 역할을 다할 때 평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올바르게 이성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 삶에 깊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구분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걱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며, 결과는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성을 제대로 활용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올바르게 이성을 행사하는 것은 또한 우리가 더 지혜롭고, 용감하고, 절제 있게, 그리고 공정하게 행동하게 합니다. 스토아 철학에서 강조하는 네 가지 덕목을 자연의 흐름과 인간 이성의 조화의 맥락에서 다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혜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휘둘리지 않으며,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날씨를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비가 올 때 우산을 챙기는 것이 지혜입니다.  

    용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힘입니다. 자연재해나 질병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그에 맞서며,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용기입니다.  

    절제는 지나친 욕망이나 감정의 폭발을 억제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종종 충동에 휘말려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만, 절제를 통해 이러한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고 균형 잡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정하게 행동하는 덕목입니다.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정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4. 결론

 자연의 법칙 안에서 인간의 이성은 필연적으로 작동합니다. 자율성에 대한 착각은 우리가 불필요한 좌절과 고통을 겪게 만듭니다. 스토아 철학은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우리의 이성을 바르게 행사할 때 진정한 평온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올바른 이성의 행사는 결국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덕목으로 구체화됩니다. 이 덕목들을 실천할 때, 우리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삶을 살 수 있으며, 더 나은 선택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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