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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pr 02. 2020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나의 비행 시절 (1)

그때의  감성이  그립다...

1. 필름 카메라


나는 2002년 정말 더운 여름에  에미레이트에 입사했다. 이국적인 두바이의 모든 것이 새로웠고  이곳의  다양한 모습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찍고 나서 기다리는 설렘이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 찍은 사진들은 컴퓨터 폴더가 아닌  조그만 앨범에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꺼내서 보내는데  그때가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서 나도  싱가포르 유명전자상가에서 미놀타 디지털카메라를 그때 40만 원 정도에 구매했었다. 정말 비싸게 구매한 걸 나중에 알게 돼서 많이 속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디지털카메라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바로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 있고 다시 찍을 수도 있고 너무 신나서 가격 흥정을 잘하지도 않고 판매자 말만 믿고 구매한  완전 호갱이었다.


이미 샀으니 후회해봤자 나만 손해니까 사진 많이 찍자!!

이런 마음으로  즐겁게 구경하며 사진을  찍어서  싸이월드에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나의 두바이 라이프는 싸이월드 안에 다 추억이 있는데 지금 로그인을 하니 안된다. 이를 어째지... 아직 사진 다 백업 못했는데....


2. 핸드폰

난  두바이에서 일 년 정도는 핸드폰도 없이 지냈다. 솔직히 비행이 없을 때는 방콕 하는 스타일이고 친한 선배들도 다 같은 숙소라서 집전화로 연락하는 게 더 편했다.  그리고 비행 갔을 때는 선불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한국에 전화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호텔로 전화를 했었다. 이때는 이렇게 하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다 남동생이 두바이에 놀러 왔을 때  갑자기 긴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핸드폰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날 바로 가장 저렴한 핸드폰을 샀다. 두바이는 통신사가 에티살랏 한 곳이고 여기서 선불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이용했다. 정말 나에게 휴대폰은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 용도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남동생이 사라고 하지 않았으면 휴대폰 없이 충분히 지냈을 거 같다.


3. 시디플레이어와 MP3

픽업 버스 타고 브리핑센터 갈 때 그리고 공항에서 호텔 갈 때 대부분의 크루들은 바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나 또한 시디플레이어로 동률님과 효신님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그때 내가 비행했던 곳이 생각난다. 파리에서의 눈의 꽃,  뮌헨에서의 눈의 꽃 그리고 비엔나에서의 눈의 꽃,,,,이렇게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에 휴가 가면 친구들이 인기가요나 클래식 등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디를 구워줬다. 그러다가 MP3가 나왔는데  작고 음질도 좋고 가벼워서 정말 너무 좋았다. 나는 감사하게도  두바이 무역센터 전시회에서 통역으로 일했을 때 MP3 한국 중소기업이 전시돼있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해서 득템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로드해서 듣기 시작했다. 정말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렇게 조그마한 기계에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담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비행 전 어떤 음악을 들을지 고민하고 시디를 챙기는 것도  Mp3로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것도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렇게 6년을 비행했다. 그래서 반복해서 들은 노래들이 많아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고  사진 한 장 한 장이 소중해서 눈에 더 많이 담을 려고 노력했고 핸드폰으로 통화하기보다는 마주 보고 대화하는 걸 더 좋아했었다. 맞다... 이럴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성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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