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행을 하면 한국인 크루가 면세품 판매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크루가 하면 이미 통역을 많이 도와줘야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내가 하는 게 편하다. 한국 비행은 면세품 판매가 많은 편이고 커미션 10프로도 받을 수 있으니 일하는 게 나을때도 있다. 하지만 아예 한 개도 판매하지 못한 적도 많아서 완전히 복불복이다. 그리고 면세품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물품 개수를 다 확인해야 하고 문서작업도 많고 계산이 잘못됐을 경우 내가 그 돈을 채워야 하니 많은 책임감이 요구된다.
출처 : emirates.com
이제 면세품 판매를 준비할 시간이라서 카트를 열었는데 HHC( hand-held computer 소형 계산기 )가 고장이 나서 모든 판매를 수동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계산기가 잘 작동되는 다른 크루에게 이 상황을 얘기하고 사무장님께 보고 후 카트를 닫으려고 하는데 퍼스트 클래스에서 콜벨이 울렸다. 바로 가보니 승객이 면세품 책을 아주 주의 깊게 보시며 어떤 물품을 살지 고민하고 계셨다. 그래서 어떤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시는지 물어보니 이 책자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사고 싶다고 하셨다. 항상 면세품 판매를 하면서 대체 저렇게 비싼 시계를 누가 살까 했었는데.... 아.. 이런 분이 사시는구나... 내가 이렇게 비싼 시계를 팔아보는구나...
정말 고급스러운 시계였다. 그리고 향수도 구매하고 싶다고 하셔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로 추천해 드렸다. 이렇게 한 번에 100만 원이 넘게 구매하셨다. 바로 시계와 향수를 찾아서 수동으로 결제한 후 바로 손님께 가져다 드리면서 간단한 대화를 했다. 손님은 이란분이셨고 사업차 한국에 가신다고 하셔서 우리나라에 테헤란로가 있다고 했더니 이미 가보셨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이렇게 한번 수동으로 해보니 할 만했다. 역시 뭐든지 해봐야 되나 보다. 아주 운빨이 넘치는 날이었다. 10만 원 정도의 커미션을 벌려면 보통 쉬지 않고 판매를 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한 번의 판매로 가능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시계를 판매한 것도커미션을 한 번에 이렇게 쉽게 번 것도 처음이자마지막이었다.한국행 비행기에서 받은 깜짝 선물 덕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