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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pr 06. 2020

그에게 프러포즈하다.

지금 한말 진심이야?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남사친이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중이었고 내가 대한항공으로 이직 후 많이 아프고 지쳤을 때 나를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 준 고마운 친구다. 우린 이렇게  가끔  연락하며  지냈다.


그리고  이때쯤  선배들 덕에 소개팅을  많이 했는데 매번 나갈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가 된 것 같았다.

매번 자기소개하고  나에게 궁금한 점은  나보다는 내가 일하는 환경이었다. 두바이는 어땠는지.. 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 중 어디가 좋은지.. 그래서 소개팅을 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고 답하는  상황이 꼭 면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 소개팅을 할수록 미국에 있는 그가 생각이 났다.  나는  나를 잘 아는 그런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그냥 좋은 남사친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정말 힘든 비행이었다. 승객의 삿대질과 험한 말에 나의 자존감은 완전 땅바닥이었다. 집에 가는 리무진 안에서  죽여 울고 있었을 때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아무 말 없이 계속 울었다. 그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을 했다.  

많이 힘들지... 여기 와서 잠깐 쉬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여기 오는 건 어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7일간의 휴가를 신청 후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대한항공을 타고  애틀랜타로 갔고 그는 마이애미에서 이곳까지 10시간 운전해서 왔다. 그렇게 우린 애틀랜타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그냥 그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잠도 못 자고 운전을 하고 온 그를 보니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너무 반가웠다.  애틀랜타에서 코카콜라 본사 구경 후 다시 긴 시간 운전해서   마이애미 해변도 가고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도 구경했다.

여기에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화관에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영화도 너무 재밌게 봤다. 그래서 이영화를 보면 마이애미에서 행복했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여기에서 꿈같았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다시 비행하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곳에 또 올 수 있을까... 여기서 살고 싶은데....

그는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기다릴 테니 편하게 오라고 했다. 미국이 편하게 올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그렇게 다시 비행에 복귀했지만 자꾸 미국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가 생각이 난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젠 그가 남사친이 아니라 남자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안 하던 행동을 그에게 하고 있었다. 비행 끝나자마자 바로 그에게 전화를 하고 비행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다 말하는 나를 보니 내가 변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가 나에게 20살 때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웃으면서 우린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했었는데 그 남사친이 남자 친구가 되는데 13년의 시간이 걸렸다.



미국 다녀온 후  전보다 즐겁게 비행을 했고 4월에 그와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우리 결혼하자!!

 그가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더니 다시 묻는다.


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다시 얘기해줘..
 지금 한말 진심이야?


 그런 걸 잘 표현하지 않는 내가 통화하다가 뜬금없이 결혼을 하자고 하니 그가 당연히 당황할 만하다. 그래서 이번엔 크게 결혼하자고 다시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가 진짜냐며 다시 한번 더 물어본다. 그래서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없는 일로 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고맙다고  한다.

아이고  님아... 이럴 땐 사랑한다고 하는 거예요...ㅋ


이렇게 뜬금없이 난 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13년 동안 나를 아끼고 사랑해준 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린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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