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국에서 공부중이었고 내가 대한항공으로 이직 후 많이 아프고 지쳤을 때 나를 많이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고마운 친구다. 우린이렇게가끔 연락하며 지냈다.
그리고 이때쯤 선배들 덕에 소개팅을 많이 했는데 매번 나갈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가 된 것 같았다.
매번 자기소개하고 나에게 궁금한 점은 나보다는 내가 일하는 환경이었다. 두바이는 어땠는지.. 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 중 어디가 좋은지.. 그래서소개팅을 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고 답하는상황이 꼭 면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 소개팅을 할수록 미국에 있는 그가 생각이 났다. 나는 나를 잘 아는 그런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가 딱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그냥 좋은 남사친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정말 힘든 비행이었다.승객의 삿대질과 험한 말에 나의 자존감은 완전 땅바닥이었다. 집에 가는 리무진 안에서 숨 죽여 울고 있었을 때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아무 말 없이 계속 울었다. 그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을 했다.
많이 힘들지... 여기 와서 잠깐 쉬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여기 오는 건 어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7일간의 휴가를 신청 후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대한항공을 타고 애틀랜타로 갔고 그는 마이애미에서 이곳까지 10시간 운전해서 왔다. 그렇게 우린 애틀랜타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그냥 그를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잠도 못 자고 운전을 하고 온 그를 보니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너무 반가웠다. 애틀랜타에서 코카콜라 본사 구경 후 다시 긴 시간 운전해서 마이애미 해변도 가고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도 구경했다.
여기에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했다.
그리고영화관에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영화도 너무 재밌게 봤다. 그래서 이영화를 보면 마이애미에서 행복했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여기에서 꿈같았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다시 비행하러 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곳에 또 올 수 있을까... 여기서 살고 싶은데....
그는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기다릴 테니 편하게 오라고 했다. 미국이 편하게 올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그렇게 다시 비행에 복귀했지만 자꾸 미국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가 생각이 난 건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젠 그가 남사친이 아니라 남자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안 하던 행동을 그에게 하고 있었다. 비행 끝나자마자 바로 그에게 전화를 하고 비행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다 말하는 나를 보니 내가 변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가 나에게 20살 때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웃으면서우린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했었는데 그 남사친이 남자 친구가 되는데 13년의 시간이 걸렸다.
미국 다녀온 후 전보다 즐겁게 비행을 했고 4월에 그와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우리 결혼하자!!
그가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더니 다시 묻는다.
나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다시 얘기해줘.. 지금 한말 진심이야?
그런 걸 잘 표현하지 않는 내가 통화하다가 뜬금없이 결혼을 하자고 하니 그가 당연히 당황할 만하다. 그래서 이번엔 크게 결혼하자고다시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가 진짜냐며 다시 한번 더 물어본다. 그래서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없는 일로 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고맙다고 한다.
아이고 님아... 이럴 땐 사랑한다고 하는 거예요...ㅋ
이렇게 뜬금없이 난 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13년 동안 나를 아끼고 사랑해준 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린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