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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pr 09. 2020

비행 중 스카우트되다.

이런 우연이 두 번이나 있다니!

에미레이트에서 대한항공 이직 후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어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계속 영어로 4년간 서비스를 하다 보니 기내 용어는 영어가 익숙해서  한국어로 서비스할 때 실수를 많이 했다. 그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대화를 할 때도 갑자기 영어가 나와  사무장님께 주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말을 잘 안 하고 조용조용 열심히 일을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외국인 승객분이 탑승하시면 그땐  최대한 그분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 영어는  공손하게 말하는 방법  외에 높임말이  거의 없어서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비즈니스 클래스에 외국인 손님 두 분이 탑승하셨다.

부녀 사이인데 남성 승객분은  일을 하시느라 바쁘신 것 같아서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한 후 아이에게  비행기 인형을 주면서 질문을 했더니 본인과 가족에 대해 아주  재밌게 얘기를 했다. 자기는 뉴질랜드 사람이고 지금은 제주도에 살고 있고 우리 가족은 여행을 많이 다닌다며 계속 말이 이어지자 아이 아빠가 딸이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얘기하게 됐는데 손님께서 대한항공을 많이 타시는데 이렇게 아이가 승무원과  오래 얘기하는 걸 처음 보는 거 같다고 하시면서 대한항공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는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에미레이트에서  4년간 비행한 후 대한항공 경력직 승무원으로 입사해서 2년 정도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깜짝 놀라셨다. 그러면서  본인은 현재 제주 소재에 있는  000 호텔 총지배인이고 여기 오기 전에 두바이 000 호텔에서  일을 하셨다고 했다.


What a coincidence!


라고  동시에 얘기했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정말  너무 놀랐다.  공통점이 있으니 대화가 너무 흥미로웠다. 에미레이 탑승 경험부터 사막 투어와 메이라 비치 그리고 버즈 알 아랍에 대해서 즐겁게 얘기했다. 비행이 좀 길었으면 할 정도로 흥미롭게 대화하던 중 갑자기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그런데 바로 대답을 못하니 웃으시며 혹시 호텔에서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력서를 보내라고 하시면서 명함을 주셨다.

그러면서 나와 대화를 해보니 영어능력과 서비스 마인드가 있어서 호텔리어도 충분히 잘할 거라고 하시며 함께 일해보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비행 중에 이런 제안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지만  다음 달까지만 비행을 하고 결혼 후 미국을 가게 돼서 일을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말씀드렸다.


승객과 대화 후 겔리로 돌아오니 사무장님이 무슨 대화를 했냐고 물어보셔서  바로 명함을 보여드리니 정말  그 유명한 5성급 호텔의 총지배인이 맞냐고 하시며 부러워하셨다.


 놀랍게도 난 그 승객을 한번 더 만났다.  탑승권 검사를 하는데  우린 서로 알아보고 환하게 웃었다. 한 승객을  연달에 두 번 만나는 건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승객 분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이런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제 제주에서 서울에 있는 호텔로 옮기니 결혼 전에 이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꼭 대접하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끝까지 챙겨주시는 멋진 총지배인님  덕분에 기억에  남는 즐거운 비행이었다.

I deeply appreciate your of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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