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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1. 2020

아디스아바바의  소중한  인연

승객이  이제는  친구가  되다.

2006년 5월 23일  airport standby다.


에어포트 스탠바

정해진 3시간 동안 브리핑센터에서 유니폼 입고 대기

어느 비행을 갈지 모름 (턴어라운드 비행/ 레이오버 )

레이오버 시  어느 나라를 갈지 모르니 겨울옷과 여름옷 다 챙겨야 함.

**  턴어라운드 (짧은 노선을  체류 없이 왕복하는 비행)

**  레이오버 (비행후 그 도시에서 체류하는 비행)


즉  비행준비 완료된 상태로 브리핑 오피스에서 3시간을 대기하는 두티다.


 이 내 룸메이트인 싱가포르 국적의 킴이 우간다 엔테베 비행을 간다고 해서  난 에어포트 스탠바이라고 했더니  엔테베 비행 출발 시간이랑 비슷하다면서 기내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스케줄상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하면서 웃었다.


 로스터(비행스케줄)를 보면 에어포트 스탠바이를 불릴지 안 불릴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가 있다. 이미 비행시간이  많거나  또는 뒤에 장거리 비행 스케줄이 바로 연결될 경우엔 레이오버보다는 턴어라운드나 오프로 바뀔 수 있다. 내 로스터를 보니 에어포트 스탠바이 뒤에 장거리 7박 8일 비행이 있어서 3시간 대기하더라도 불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주 편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레이오버를 안 불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레이오버 가방에  항상 있는 화장파우치와  신발 그리고 여분의 유니폼 외에 여름옷 한 벌만 챙겨서  갔다.


브리핑센터에 도착하자마자 크인후 3시간 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이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심심할 일이 없었겠지만 이때 핸드폰은 전화와  문자 그리고 카메라 역할 정도만 가능했기 때문에 두바이에 있는 친구들과 통화 잠깐 하다가 브리핑에 오는 한국인 선배와 친구 만나서 얘기도  하고  배고파서  과자랑 음료수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새벽이라 잠깐 졸다가   이러다 보니 벌써 2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감사하게도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시계를 보니 5분 남았다. '설마 5분 남았는데 갑자기 불릴까'라는 생각을 했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다. 화장실에 잠깐 들려서 손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방송이 들려온다.

Attention please.
Staff number 2........... Yoon....
 Please come to the front desk ASAP..


 을 얘기하는데 설마 난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텝 넘버였고 정확히 내 이름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내가 맞았다.. 3분 정도 남은 시점에 난 비행에 불려 갔다. 그 비행이 바로 내 룸메이트가 말한 우간다 엔테베 비행이었다. 데스크에 가서 '3분밖에  안  남았는데 부르다니 너무 하다.. 나 뒤에  장거리 비행이 있는데 그럼 스케줄 다 깨지는데 나 말고 다른 크루는 없는 거냐' 고 물었더니 내가 가장 시니어라서  부사무장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불려 가는 것도 억울한데 부사무장 역할이라는 막중한 책임까지 나에게 주어졌다.


 난 브리핑 없이 바로 기내로 갔다. 크루들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부사무장이 없어서 난 도착하자마자 케이터링부터 모든 걸 다 확인하고 바로 점검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즈니스에서 일하다 잠깐  짬이 생겨 내 룸메이트 킴이 일하는 이코노미에 인사하러 갔더니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환영한다면서 안아줬다. 그래서 네가 말한 대로 됐다고 책임지라고 했더니 '우간다 가서 같이 투어 나가 '  하면서 웃었다.



드디어 보딩을 시작했다. 우간다 엔테베 비행은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는 노선이다.  캐빈에서 승객들을 도와드리고 있는데 한국인 승객들이 탑승하셔서   먼저 가서 인사드리면서 "한국인 크루니 혹시 필요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세 분의 한국분이 탑승하셨는데 두 분이 계속 주무셔서 한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분은 간호사이시고  아디스아바바에 의료 선교하러 가신다고 했다. 나도 의료 단기선교를 간 적이 있어서 잘 챙겨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이미 서비스가 난 상황이라  갤리(기내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로 초대해서 구경시켜주고 크루들과  인사하고 에미레이트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모자도 쓰고 사진도 찍어주었다. 그리고 선교 생활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고 얘기하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3분 전에 갑자기 불린 이비행에서 너무나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싸이월드로 계속 연락하며  지냈다.



 그리고 2년 후 2008년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호경이가 대전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때 때마침 대전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드디어  비행후  처음으로 만났다. 비행기에서 승무원과 승객으로 만난 리가 이젠 언니와 동생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호경인  대전에서 내 결혼식에도  와주었다. 

주 이쁜 편지봉투에 편지와 함께  신혼여행 때 쓰라고 미국 달러로 축의금을 전해주며  축하해주었다. 

혼 후 난 신혼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해서  호경이와 이멜로 소식을  서로 전했다.


 그리고 3년 후 돌아와서  우린 다시 만났고 니엘이가 4살이 됐을 때 함께 오사카에 여행을 함께 갔다. 이제는 비행기에서 같이 앉아서 즐겁게 두바이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하고 오사카 여행을 어떻게 할지 계획도 했다.

정말 갑자기 정한 여행이라서 더 신났던 것 같다.


지금은  서로의 일로 바빠서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카톡으로 서로 안부를 전하며 서로를 응원해주고 있다.


2006년에 만났으니 벌서 알고 지낸 지 14년이 됐다. 오늘도  카톡으로 브런치에 우리 에피소드를 쓸 거라고  예기하면서 이름을 그대로 써도 될까라고 물어봤더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호경이가 배려해줘서 더 실감 나게  쓸 수 있었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어디에 있든 서로를 응원해주는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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