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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2. 2020

드디어  첫 비행이다!! 그런데...

잊히지 않는 프랑크푸르트 비행

드디어 2번의 수피 비행 (수습 비행) 후

레이오버 비행이다. 수습 비행 때는 'Trainee'가 쓰인 명찰을 달고 비행을 하지만 두 번의 수습 비행을 무사히 마치면 내 이름이 쓰인 명찰을 달고 비행을 할 수 있다.

이 말은 'trainee'로 일을 했을 때는 승객들이 내 명찰을 보고 실수를 해도 이해해 줬지만 이제는 내 이름으로 비행을  하기 때문에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서비스를 해야 한다.

에미레이트 명찰


두 번의 수습 비행은 턴어라운드 비행이었고  첫 레이오버 비행은 프랑크푸르트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브리핑 센터에 도착 후 사인 업하고 브리핑룸에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큰일 났다!!! 

턴어라운드  기내용 케리어 한 개와 핸드백을 챙겨야 하고 레이오버 비행은 두 가지뿐만 아니라 큰 케리어도 챙겨야 하는데  정신이 없었는지   레이오버라고만 생각하고 큰 캐리어만 챙기고 기내용 캐리어는 가져오지 않았다.


기내용 케리어에는  빨간 모자와  가장 중요한 매뉴얼이 들어있었다. 이 두 가지 없이 절대 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바로 친구에게  전화해서 부탁했다.  아마도 문 앞까지 가지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기내용 케리어를  두고 온 것 같다고 친구에게 얘기를 했다. 친구가 그 새벽에 택시를 타고 캐리어를 가지고  왔는데 문 앞에 내 캐리어가 없어서  자기 케리어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친구의 케리어안에는  매뉴얼은  있었지만  빨간 모자는  없었다. 난 케리어안에  매뉴얼과 모자를  같이 보관하기 때문에  빨간 모자는  따로  얘기하지 않았는데  친구의 경우는  모자는 따로 보관해서 내가 모자도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에미레이트 빨간 모자...

정말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래서 이 상황을 사무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봤다. 그럴 만도 하다.

신입이 첫 오퍼레이션 비행인데 이렇게 큰 실수를  하니 같이 비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간절하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하니  모자는  꼭  있어야 하니  브링핑센터 근처에  크루 전용 세탁실에 가서 여분의  모자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모자는  한 개도  없었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 브리핑 때부터  피가 말랐다.

 '비행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상황인데  비행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6개월간은 인턴기간이라 평가가 정말 중요한데 첫 비행부터 안 좋은 피드백을 받을 거란 생각을 하니  너무 걱정돼서  브리핑 때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첫 레이오버 비행을 시작했다.

수습 비행일 때 보통 조종실에서 이착륙을  기장과 부기장과 함께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런데   번의 수습 비행 때는 너무 바빠서 이 경험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감사하게도 기장에게  첫  레이오버 비행이라고 얘길 하니  이착륙할 때 조종실로  초대해주었다. 


Captain!!! Thanks a million!!!

 안 그래도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을 먼저 꺼낸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륙할 때 조종실에서 기장님과 부기장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첫 레이오버 비행인데 벌써부터 실수를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얘기했더니 '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시면서 사무장도 네가 열심히 비행하면 이해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비행을 즐기라' 고 했다.


그래서 7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걸어서 프랑크푸르트 비행을 했을 정도로 계속 움직였다. 콜벨(승무원 호출 버튼)이 울리면  바로 가서  서비스를 했다. 독일 비행이라  많은 승객분들이 끊임없이 맥주를  요청하셨고 나는 밝은 미소와 진실한 마음으로  정성 어린  서비스를 했다.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니 동료들이


Julia, please take it easy!!


 정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비행이 드디어 끝났다.



비행 후 사무장님이 나를 불렀다. 

'비행 중엔 아무 말도 없다가 왜 비행이 다 끝났는데 나를 부르는 거지...'  불안한 마음으로  갔는데  승객이 내리면서 내 이름을 언급하며  ' 밝게 웃으면서 서비스를 해서 칭찬해주고 싶다' 고 했다고 한다.

승객들이  날  살렸고  덕분에 사무장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이 비행이 마지막 비행이 되는 건 아닌지 너무 조마조마하고 걱정스러웠는데 승객들의 칭찬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나의 첫 번째 레이오버인 프랑크푸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첫 레이오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여전히  잊히지 않는 프랑크푸르트 비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행은 독일 노선이었다.

 프랑크푸르트, 뮌헨, 뒤셀도르프...

 독일 비행을 가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첫 비행 때의 승객들의 칭찬 덕분이 아닐까... 

독일을 안 가본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기회가 되면 꼭 니엘이 독일 여행을 함께 하고 싶다.


프랑크푸르트!!! 기다려!!!
 조만간 만나러 갈게!!!


딸과 함께 하는  프랑크푸르트 여행은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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