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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3. 2020

승무원과 승객으로 만난  우리

누나가  승무원이면  좋은 이유 1

뭐라고? 승무원? 어디? 두바이? 거긴 어디냐?


내가 에미레이트 합격 후 남동생에게 얘기했을 때 이 녀석의  첫 반응이었다. 축하한다는 말은 전혀 없고   뭐가 그리 궁금한 건지  아니면  믿을 수 없는 건지  계속 질문만 했다.

내가 승무원을 준비하는 건 엄마 외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갑작스러웠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면접에  붙었는데 이 녀석은 의심뿐이었다.  그렇다.  우린 완전  현실 남매다.


나에겐   아주 잘난   한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가끔 까칠하지만  성격도  나름  털털하고  키도 크고  얼굴도  훈남이고   괜찮은  녀석이라  같이  다니면  든든하다.

솔직히  이 녀석 때문에  눈만  높아졌다.

랑  한 살 차이라 어렸을 때는  진짜 많이   싸웠지만 그래도 지금은  친구같이  잘 지낸다. 하지만  여전히 '누나'라고 하지 않고 가끔 '야'라고 해서 싸우지만....


 두바이에서 비행하면서 엄마와는 거이 매일 통화를 했다. 그런데  엄마 목소리가 좋지 않아서 무슨 일 인지 물어봤지만  계속 기를 안 해주셨다. 나중에서야 언니한테  막내 걱정이 돼서 요즘  잠을 잘 못 주무신다는 걸  알게 됐다. 막내가 졸업 후에 취직 준비를 하는데 면접에 잘되다가 자꾸  최종에서 안 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아프셨나 보다.

그래서 바로 막내한테 전화했다.


석아!  두바이 올래?

  별말 없이 듣기만  하다가  생각 좀 하고 다시 연락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온다고 연락이 왔다. 이미 부모님과 함께 두바이에 온적이 있어서 난 공항에도 나가지 않았다. 역시 내 동생!! 집까지 아주 잘 찾아왔다. 최근에 본 동생이었지만 살이  많이 빠져서  안쓰러워 보였다.  비행 없는 날이면  무조건 외식이었다.

울 막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매일 새로운 메뉴를 먹으면서  함께  기분전환을 했다.

요새 자주 아프고 피곤했었는데  동생과 함께  두바이에 있으니 마냥  즐거웠다. 역시 가족이 좋은가보다.

든든한 내동생


 오래간만에 남동생이랑 쇼핑을 갈려고 화장도 신경 써서  하고 안 입던 치마를 입었다. 택시를 잡으려고 내가 먼저 앞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랍남자가 다가와서 나에게

 how much?

라고  물어봤다.  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처구니없어서 째려보는데 남동생이 뛰어와서  그 남자에게 한마디 하고 날 잡아끌었다.   그러더니 나에게

야!! 너  치마 입으면 죽는다. 안 입던 치마는 왜 입고 나오냐? 너 두바이서 이러고 다니냐?


 이러면서 화를 냈다.  아주  오래간만에  치마를  입고 나왔다가  기분만 더러워졌다. 그런데 동생이 왜 그렇게 얘길 하는지 충분히 그 마음을 알았기 때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했다. 솔직히  고마웠다.

울 막내 이런 면도 있네. 든든한  녀석...



로스터(비행스케줄)에 꿈에도 그리던 몰타 비행이 나왔다. 때마침 막내도 있어서 로딩(탑승객 수)을 체크해보니 자리가 가능할 것  같아서   가족티켓을  써서  같이 가기로 했다. 막내와  함께하는  몰타 비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즐거웠다.  아침 비행이어서 같이 택시 타고 나와서 남동생은  에미레이트 본사에서 티켓을 받아서 바로 공항으로 오는 걸로 하고 나는 바로 브리핑 센터로 갔다.  

브리핑 끝나자마자 나는 동료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막내에게 전화하니 지금 공항에서   보딩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만석이 되면 못 탈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한시름 놓았다.

 나는 아웃바운드에서  겔리 오퍼레이터( 음식 준비를 총괄하는 두티)를 처음 맡아서 배우면서 준비하느라  보딩 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드디어 보딩이다. 막내 얼굴을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됐다. 이렇게 비행기에서 승무원과 승객으로 만나는 게  처음이라 기분이 참 이상했다. 막내도  나를  보더니 어색한 듯  피식 웃었다.  서비스가 끝나고 먹을 것을  챙겨서  남동생에게 가니 옆자리 여자 승객과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승객에게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고   간식거리를 건네주었다. 그분은  몰타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성격이 호탕하고 밝은 아일랜드 출신 승객이었다.


드디어 몰타에 도착했고 우리는 지중해가 보이는  정말 아름다운 호텔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남동생이 몰타 관련 카페에 글을 남겼는데 한 분이  발레타 시내를 구경시켜주신다고 해서  그분 덕분에 구경도 알차게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아서 너무나 감사했다.


  우리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는데도  크루즈도  하고  거리에서 치즈케이크도 사 먹고 시장 구경도 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발레타의   노천카페와  국회의사당

몰타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은데  동생이 갑자기 카지노에 가자고 했다.  토론토에서  1000달러를 딴 적이 있으니 무조건  자기를  믿어보라고  해서  한번 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서 함께  갔다. 시작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잘될 거 같아서 있는 돈을  다 걸었는데 막판에 다 뒤집어져서  돈을  다 잃었다. 역시 뭔가를 잃어야 교훈을  얻는가 보다. 참 바보 같은 남매다. 우린  류비 남은걸 그냥 거기에 다 올인해서  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너 내 앞에서 한 번만 더 카지노 얘기하면 알지!!


우리의 몰타 여행의 마지막은 카지노 덕에 '남매의 난'으로 끝났지만 동생과 함께해서 정말 기억에 남는 비행이었다.

승객과 승무원으로 기내에서 만난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두바이 도착 후 동생에게 물어봤다.

석아! 너 하고 싶은 게 뭔지 말해봐.
누나가 해줄 수 있으면  해 줄게!!


터키, 이집트, 요르단 등 이쪽 지역을  여행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을 사야 하니 지도를 펼쳐놓고  기간은 한 달로 잡고 여행 계획을 같이 짰다. 그때 내 동생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진작  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그래도 지금 내가  동생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예행 계획을 다 짠 후 비행기 티켓도 모두 신청하고 여행경비가 얼마나 들지 한번 계산해 봤다. 그래서 나의 보물상자를 동생을  해  열었다. 나중에  여행 가기 위해서   비행하면서  쓰지 않고 가지고 있었던 체류비와 영어 통역을  하면서  벌었던 미국 달러를  차곡차곡  보물상자에 모아놓고  있었는데  동생에게  여행경비로 주기로 했다. 전부 다 꺼내놓고 나서  여행 시 환전이 거이 100프로 되는 화폐만  다시 세어보니 200만 원 이 넘었다. 그래서 그 돈과 함께  혹시를 대비해서 신용카드를  같이 챙겨주었다.  그렇게 내 동생은 이집트 카이로를 시작으로 한 달 간의 여행을 떠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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