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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4. 2020

누나 그래도 비행 계속할 거지?

누나가 승무원이면 좋은 이유 2

누나! 나  건강하게 여행 잘하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고 비행 잘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걱정이 됐다. 그래서 이멜을 하니 저렇게 메일이 왔다.

'그래! 이 녀석은 영어도 잘하고 성격도 좋으니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지니까 즐겁게 여행할 거야'라고 믿고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막내에게 오는 이메일이 더 반가웠다.

누나, 나 내일 두바이 간다!!!


 벌써??? 이렇게 빨리 시간이 가다니... 정말 비행을 하면 시간이 훅 지나가는 느낌이다.. 역시 난 공항에 나가지 않았고 똑똑한 내 동생 역시나 집에 잘 찾아왔다. 벌써 두바이 공항이 4번째니 이젠 걱정도 안 된다. 얼굴을 보는 순간, 내 동생이 아닌 줄 알았다. 완전 외계인이다. 머리는 왜 이렇게  노랗고 얼굴은 이리도 탄 건지... 딱 도 고생 많이 하며 여행한 사람 같았다. 오자마자 피곤했는지 바로 잔다.

이 녀 아침인데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푹 자게 두니 오후에서야 일어나더니 배고프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밥을 간단히  차려서  먹었다.

역시 성에 안찬다.

석아 나가자!!

또 외식이다. 집 앞에 피자 익스프레스 뷔페에 가서 신나게  먹으며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다녀오니 생각이 더 많아졌나 보다. '여행은 생각 정리하러 간 거 아니야?? 왜 또 생각이 많아진 거지?' 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막내가 누나.. 하고 부른다.

'누나'라고 이렇게 상냥하게 부를 때는 뭔가 있는 건데... 뭐지 이 불안감은....'


누나, 나 여행하다 보니까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 졌어. 그래서 토론토에 다시 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누나 생각은 어때?


난 막내가 바이 다고 했을 때 1년 정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가 외국처럼  'gap year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갖는 시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 후 힘들게 대학에서  4년 공부하고 또 바로 취직하고... 너무 인생이 쉼 없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누나들은 부모님 걱정시키지 않고 바로 취직을 해서 그런지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큰 것 같았다.

큰누나는 교사고 누나는  승무원이고
난 이러고 있네...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토론토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가고 싶어...


그렇게 말하는 동생을 보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느껴졌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런 상황을 말하며 토론토에 보내주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동생이 두바이에  돌아온 바로 다음 날 또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동생은 토론토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거주할 곳을  알아봤다. 이 당시에는  에미레이트가 토론토 노선이 없어영국항공을 타고 런던 히드로에서 토론토를 가는 노선을 이용했다.  난 솔직히 막내가 무기력해질까 봐 걱정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또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내심 반가웠다. 그것도 공부하러 간다는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토론토에 보낼려니 마음이 그냥 짠했다. 하지만 난 내 동생이 토론토에 가서도 즐겁게 건강하게 잘 지낼 거라 믿었다.


드디어  토론토로  떠나는 날이다.

이날은  두바이 국제공항에 함께 갔다. 비행기 타는 걸 보니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그리고 하루 지나 토론토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내 걱정하지 말고 누나 걱정이나 해 " 이렇게 말을  하는 걸  보니 '내 동생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주기 싫어  연락을 먼저 하지 않았는데 궁금할 때쯤 되면 막내가 소식을 전해줬다. 이렇게 6개월이 흘러 두바이 올 날짜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막내가 토론토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런던에 있어서 거기서 지내다가 두바이로  온다고 했다. 그래서 런던에 동생을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을 스왑(비행 스케줄 변경) 했다. 런던 히드로 비행은  힘들어서 가기 싫어했는데 동생 있다고 그 힘든 비행을 가는 날 보니 가족이 좋긴 한가 보다.  그래서 막내에게

누나 비행 스왑 했는데  네가 호텔로 올래?
누나가 피카들리서커스 쪽으로 갈까?

 했더니 막내가 호텔로 찾아온다고 해서 호텔 이름과 주소를 알려줬다. 그런데  비행이  끝난 후 호텔에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막내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막내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니 친구가 받아서 물어보니 이미 막내는 몇 시간 전에 나갔다고 했다. 이때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초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호텔룸으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막내다.

누나 돈 좀 가지고 내려와!! 빨리!!  


그래서 오늘 받은 체류비를 다 가지고 내려갔다.

오 마이 갓!! 이 아이 정말 정신이 아닌가 보다. 

런던에서 싸다는 블랙캡을 타고 왔다. 게다가  이름이 같은 호텔을 들렀다가 와서  택시비가 정말  많이  나와서  체류비를 택시비로 다 썼다.

분명 주소까지 알려줬는데 막내는 그 호텔이 런던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해서 호텔 이름만 기억하고 택시를 탔던 거였다. 역시 모르면 용감하구나..

이제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다. 나도 한 번도 못 타본 블랙캡을 타고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난 비행 후 기다리느라 걱정돼서 한숨도 못 잤는데 막내는 오래간만에 푹신푹신한 침대베개를 보니 피곤이 몰려왔는지 그냥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난 후  배고프다고 해서 공항에서 간단하게 먹고  피카들리서커스역으로 가서  너무나 보고 싶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봤다.   노래와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말 집중해서 봤다.. 정말 감동적인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차이나 타운 가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호텔로 왔다. 이제야 얘기할 시간이 있었다.

토론토 생활은 어땠는지와 한국 가서의 계획을 물어봤다.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런던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던  막내



런던에서 2주 정도 더 지내다 두바이에서 다시 만났다.  서울 가서 건강 챙기면서 취업준비 잘하라고 얘기하면서 최근에 비행하면서 힘들었던 일을  얘길 했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았다고 하니 막내가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면서  진지하게  물어본다.

누나 그래도 비행 그만두는 건 아니지?
비행 계속할 거지?

아이고야 내가 너 마음 모를까 봐...

"그래. 그래도 내가 승무원을 해서 이렇게 비행기 티켓도 사주고 누나 노릇을 할 수 있었는데 좀 더  해야겠지?"

 그럼 누나 계속해야지. 절대 그만두면 안 돼!


 비행하면서 힘든 걸 그냥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막내는  내가  비행을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석아..  두바이에 왔을 때  너가 힘들었을 때였잖아!! 근데  누나도 많이 힘들 때였어... 그런데 너와 함께 두바이에서  지내니까 두바이가 좋아지고  비행도 즐거워지더라. 너 덕에 누나가 힘이 많이 났어. 매번 너가 나한테 고맙다고 했는데 누나가 더 고마웠어...


이 말은 아직도 동생에게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며 동생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다. 15년 전의 우리가 두바이에서  함께 지낸 시간을 생각하니 마냥 미소가 지어진다.

석아 그래도 누나가 승무원이라서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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