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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y 13. 2020

우리 엄마 몇 살로 보여?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답

딸이 외동이라 주말에 가끔 형님네 쌍둥이들과 함께 논다. 그래서 난 수업 끝나고 가기로 했다. 그때가  점심시간이라 만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근처 중국집으로 갔다.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사천 탕수육을 만나게 먹으며 니엘인 어제 뭐하고 놀았는지와 오늘 다이소에서 뭘 샀는지 얘기하며 아주 신나 했다.  맛있게 먹고 카페에 갔다. 테이크 아웃하려고 주문 후 기다리는데 갑자기 니엘이가 둥이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 엄마 몇 살로 보여?


'갑자기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니엘이가 왜 하는 거지?'  아이들은 워낙 직설적이라 대답 듣고 상처 받을까 봐 못 들은 척 일부러 빵 구경에 더 집중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 진짜 이젠 이런 얘기에 상처 받는 나인가 보다' 고  생각을 하니 약간 우울해졌다. 그냥 아이들끼리 장난 삼아하는 건데  내가 신경 쓰는 모습에 나도 놀랐다. 그러면서 혼자 멋쩍게 웃었다.

엄마!! 둥이가 엄마 30대 초반으로 보인데요!!            그런데 아빠는 원래 나이로 보인대요!
 내가 봐도 엄마는 젊어 보여요!


 내가  나이보다 어리게 보인다며 니엘이가 더 좋아했다.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답 덕분에 이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3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말보다 니엘 아빠보다  어려 보인다는 게 더 좋았다. 나에게만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동갑인데도 매번 그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와 신혼여행을 갈 때 대한항공을 탔는데 기내에서 친한 사무장님을 만났다. 장거리 비행이라서 많이 바쁘셨을 텐데 겔리에서 라면을 끓여주시고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시며 이렇게 물어보셨다.

        남편 진짜 어려 보이는데 몇 살 연하야?
능력자네!!


기내에서 또 들으니 그의 동안 외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얼굴이다.

좋게 말하면 성숙해 보이는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신입생 때 선배님이  재수인지 삼수인지 물어봤을 정도였다. 20대 초반일 때는 슬프게도  내 나이로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들은 곳이 바로 호주였다. 그래서 아직도 호주를 좋아하는 건가?ㅋ 외국인들은  보통 동양인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워하고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도 그들에게 내가 내 나이로  보인다는 사실이 그냥 좋았다.

두바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지만 그땐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게  스트레스였나 보다.


이제는 나이를 잊고 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주름과  기미와 잡티  그리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흰머리까지...

요새 내가  나이 든 것 같다고 걱정을 하니까 니엘이가  힘내라고 용기를 준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노안이 오고 흰머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건데  그런 건 이제 고민 그만하려고 한다.  머리는 염색하면 되고 안 보이면  안경 쓰면 되니까.

이제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젊은 기운으로 살고 싶다. 마음 나이가 20대가 되도록 긍정적으로 도전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



이미지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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