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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y 21. 2020

한국인 승무원은  영어 발음이  이상하다??

다양한 나라의 영어 발음에 익숙해지다.

에미레이트에서 비행 시작하고 몇 달간은  영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 장애인 캠프 카운슬러로 일을 했고  영어회화강사로도 계속 강의를  했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하는 건 문제없을 거라 생각을 했다.  솔직히 걱정되는 건  '두바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첫날 난 내 귀를 심했다. 저분이 영어를 하는 건 맞는데 내가 알아들은 건 반 정도밖에 안됐다. 영국 영어이긴 한데 발음이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달랐다. 알고 보니 그분은  스코틀랜드 출신이라고 하셨다. 이상태로 내가 훈련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미국식 영어에 익숙해 있었는데 에미레이트는 영국의 보호국이었기 때문에 회사분들 대다수가 영국분이었고 크루들도 영국인이 많았다.

 한국에서 익숙해진 미국 영어에서 벗어나야 했다. 영국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음에 익숙해져야 했다. 

 인도 영어부터 싱가포르 영어인 싱글리쉬 그리고 아랍 영어까지 정말  발음이 가지각색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가장 두려웠던 게 기내 콜을 받는 거였다.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면 어느 정도 표정을 보고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데 전화는 오직 대화로만  가능하 때문에 정말 집중해 들어야만 했다. 리고  콜이 올 때마다 '다시 한번만 얘기해줄래?'

라는 말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인턴기간인 6개월 동안은  비행 평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하면 분명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무장이 인도나 중동 출신이면 솔직히 내 포지션에 콜이 오는 게 겁이 났었다. 그들의 발음은  몇 번은 들어야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콜이 오면 사무장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기내 상황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못 알아 들어도  그 말을 따라 하 옆에 있는 크루가 대답을 해준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요령껏 하다 보니  조금씩 소리가 들리고 다양한  발음에 익숙해졌다.


비행을 하면 정말 영어의 중요성을 많이 느낀다. 소통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한국인 승무원이 100명 정도였기 때문에 비행 가면 나만 한국인 크루일 경우가 많았다. 겔리에서 같이 얘기할 때 가끔 네이티브 동료가 이렇게  많이  물어봤었다.

 Are you with me?
You got it?
Do you  understand what I mean?  등등

 난 이 말이 날 배려해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6개월 정도 지나니 이젠 이런 경우에 어떻게 잘 대처해야 할지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한 번은  인디언 크루가 겔리에서 크루들 다 있는데  한국인 크루들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다며 내가 하는 영어를 따라 했다. 그리고 왜 발음을 그런 식으로 하냐며 물어봤다.  순간 너무 당황했다. 솔직히 그건 나도  크루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도 처음에 인디언 크루가 하는 영어를 알아듣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크루는 자기가 네이티브인 것처럼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 계열 승무원들이 하는 영어라고 하면서 발음의 특징을 흉내 냈다. 아무리 시니어고 영어를 잘한다고 해도 크루들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크루가 나한테  자기가 한 말 이해하냐고 질문을 해서  이렇게 대답했다.

I can only understand what natives  say.


'네가 네이티브가 아니라 네가 하는 말 못 알아듣겠다'"는 식으로 얘기하자  루는  깜짝 놀랐다.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둘이 따로 얘기했다. 다음번에 혹시 같이  비행하게 되면 이런 행동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행할 때는 소통이 중요한데 발음으로 영어를 판단하는 건  잘못된 거 같다고 했더니 그제야  미안하다고 했다.

영어는 국제 언어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그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는 한 영어를 미국인이나 영국인처럼 말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네이티브처럼 발음하지 못해도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건 언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영어 발음에만 집착하지 말자.
영어 발음까지 좋으면 더 좋겠지만 더 중요한 건 communication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자



이미지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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