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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n 18. 2020

비행 후 매번 하는 고민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

비행이 끝났다. 리무진에 타자마자 바로 취침모드다. 푹 자고 일어나면 종점인 롯데월드에 도착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고민을 한다. 집에 가려면 택시 타기엔 너무 가깝고 걸어가기엔 좀 멀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이때 나에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그냥 푹자거나 아니면 맘껏 먹거나

수면욕이냐? 식욕이냐?  

 이 두 가지를 매번 고민했다. 이때 나의 특기는 수면이었고 취미는 먹기였으니까...


정말 피곤하면 택시를 바로 타고 집으로 가지만 먹고 싶은 것들이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면 돌돌이( 기내용 가방)를 끌고 그 분식점으로 바로 직진한다.  가끔은 비행 내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비행 끝난 후  맛있는 떡볶이와  튀김을 먹을 수 있다는 각을 하며 일을 한적도 있다.


먹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질수록 나의 걸음 속도는 빨라진다. 분명 저녁을 먹었지만 배가 고프다. 그것도 아주 허기지다.  드디어 분식집에 도착다.


빨간 떡볶이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그리고 바로 튀겨주시는 튀김까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물론 다 먹어야 된다. 떡튀순을 주문하고 빛의 속도로 먹는다. 역시 부족하다. 다시 튀김 4개를 주문한다. 사장님이 떡볶이 국물에 묻혀서 튀김을 먹기 좋게 잘라주다. 이 정도 먹었으면 배가 불러야 정상이다. 집에 가려고 일어섰는데 느낌상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와서 떡볶이를 먹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떡볶이 1인분을 포장한다.


그때서야 사장님이 혼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이 먹냐며 저녁을 못 먹었는지 물어보신다.  저녁은 먹었지만 여기 분식이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는다고  말씀드린다.  매번 어디를 이렇게 여행 다녀오냐고 물어보신다.

 "아, 저는 비행하는 일이 직업이에요."


자주 가다 보니 사장님과 친한 사이가 다. 주문하기도 전에 내가 매번 먹는 걸 준비해주고 꼭 서비스로  튀김을 한 개더  챙겨 주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사장님께 여행지 추천도 해드다.


사장님과 잘 알고 지내다 보니 고민하는 시간 줄어들었다.

잠이야? 떡볶이냐?

무조건 떡볶이였다. 잠보다 난 떡볶이가 더 좋아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떡볶이가 좋았던 건지 아니면 사장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님 두 가지다 너무 좋았거나.


나는 여전히 떡볶이가 좋다.행복해도 먹고 슬퍼도 먹고 화가 나도 먹고 싶은 떡볶이.  근데 비행 후에 먹은 떡볶이가 가장 맛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그 시간과 그 공간이 좋아서였기 때문 아닐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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