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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n 20. 2020

네가 비행을 알아?

기내에서 필요한 건 '시니어리티' 일명  군기가 아니다.

너 비행한 지 얼마나 됐니? 네가 비행을 알아?


이 질문에 난 뭐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을까?


네, 전 외항사에서 4년 비행했고 경력직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대답했으면 덜 혼났을까?
국내 항공사로 이직 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맞다!! '시니어리티' (서열문화, 군기 문화)이다.


에미레이트에서는 영어로 소통을 했기 때문에
호칭을  할 때도 서로의  이름을 편하게  렀다.
지만 대한항공은  사번대로 후배가 정해지기 때문에  입사 연도가 중요하다. 비행경력이 1년이고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입사 연도가 빠르면 선배다.  내가 비행할 때는 경력직 코드가 따로 없어서  내가 말하지 않으면 경력직인지 알 수없었다.


그리고 내가 입사하고 안 사실이 있다. 비행하면서  지원을  하다 보니 너무 정신이  없어  지원자격을 제대로 읽어보지를  못했다. 경력직 승무원 채용이기 때문에  난 당연히 비행경력만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입사해보니 호텔경력과 서비스강사 출신도 있었다.

항공사 경력 1년 이상
서비스 강사, 호텔경력 2년 이상
KTX경력 , 지상직 경력 2년 이상

이렇게  기억하는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대한항공 경력직 승무원 지원자격은  무조건 항공사 경력 2년 이상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80프로 이상이 비행경력이었고  대부분 대한항공 출신이었다. 그리고  에미레이트, 카타르, 동방항공, 케세이퍼시픽 , 아시아나 항공 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다나까 체도 힘들'선배님'과 '언니'라는 호칭도 어색했다.

갑자기 영어가 툭 튀어나와 혼나기도 많이 했다.

처음에 적응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갑자기 겔리로  불려 갔다.

"너 비행한 지 얼마나 됐니? 네가 비행을 알아?

테이저를 선배가 들고 가면 막내가 와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지!! 그냥 가더라  너!!!"


테이저 건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길이 15.3센티미터, 높이 10센티미터, 폭 3.3센티미터, 무게 175그램인 경찰이 사용하는 권총형 진압 장비다. 유효사거리는 5~6미터로 5만 볼트 전압이 흐르는 전선이 달린 전기 침 두 개가 동시에 발사되기 때문에 전기 충격기라고도 한다. 침에 맞으면 중추신경계가 일시적으로 마비돼 쓰러진다.

테이저(가스총) 경우 두티가 정해져서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비행한 지 두 달 정도 됐을 때라서  막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누구에게  듣거나  배운 적도 없었다.

'내가 센스가 없는 걸까?..'


그래서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친한 선배에게  물어봤다. 선배는  깜짝 놀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두티는 선배와 후배 두 명이 정해지기 때문에 두티를  맡은 후배가 들고 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니

아닌데!! 누가 그랬어??


나중에 알고 보니 서비스강사 경력으로 비행한지는  네 달 정도  승무원이었다. 너무 당당히 얘길 하길래 당연히 대한항공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님인 줄 알았다. 근데 비행  4개월 하고 비행경력 4년 넘은 나에게 비행을 아냐고 물어본 거였다. 게다가 나보다 나이도 3살이나 어렸다. 


팔짱 끼고 겔리에서 얼마나 혼내던지  내 자신이 너무 작아 보였다. 비행 내내 나를  괴롭히던 그 승무원을 보며

'이게 바로 승무원의  군기문화' 라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


같이 비행한 카타르 전직인 승무원이  저번 비행할 때 당했던 일을 말하며 여기 적응하기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행동 패턴이 그 승무원이랑 비슷해서  이름을 물어보니  역시나 같은 승무원이었다. 그 승무원에게 당한 경력직 승무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렇게  쓸데없이 시니어리티를 부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동기에게 그 승무원  평가도 안 좋고 컴플레인도 많이 받아서 회사에 몇 번 불러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난 단지 다시는 안 봤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몇 달 후 또 그 승무원과 같이 비행을 하게 됐다. 그런데 전과 너무 많이 달라졌다.  팔짱을 끼고 독기 뿜으며  말했던 그 승무원은 온데간데없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그 좁은 겔리가 더 좁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저번에  나에게 했던 일을 사과했다. '이제 와서? 그때 내 감정은?' 그래서 소심한 복수를 하고 그냥 잊기로 했다.

비행 얼마나 했어요?


아마도 회사에  불려 갔을  때  피드백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그 비행 후 두 번 다시 그 승무원을  대한항공에서 볼일이 없었다.


 안전이 최우선인 항공기 내에서는 다양한  기내 위급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서열문화'는 감정 소모일 뿐이다.


선배로서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보다는

선배이기 때문에  대접을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우선시 되면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기의 두티를 후배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그 승무원이 한 행동을 보고 난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책임회피' 이기 때문이다. 테이저를 담당하고 직접 사인을 한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에서는  본인의 두티를 다 한 후 쉬어도 되지만 여기서는 내 임무를  끝내도 쉬지 못하고  선배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승무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도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에게 막무가내로 맡기지 았으면 한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지 않고 있고 쉽게 변화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서로가 조금씩 노력했으면 좋겠다. '서열문화 '없이 서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대화하는 그런 기업문화가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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