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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07. 2020

내 딸이 영재인 줄 알았다.

지금처럼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하길.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내 딸 니엘이가  말을 조리 있게 잘해서 똑똑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한번 듣고 따라 불러서 음악적인 감각도 있 그림 잘 그려서  손재주도 있는  같았다.

그냥  내 딸이 하면 다 좋아 보였다.


모든 엄마들처럼 나도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육아와 교육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정말 아는 게 너무 없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특히 아이 교육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독서를 우선순위로 두고 매일 함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일부러 영어로 얘기했다. 환경에 자꾸 노출시켜야 아이가 영어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이상하게 니엘인 내가 기내방송을 하면 조용히 집중해서 들었다. 아마도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거처럼 느껴져서 그런 거 같다. 평상시 엄마 너무나 다른 말와 억양이 재밌게 느껴졌나 보다. 아이가 기내방송을 하면 좋아해서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다닐 때도 기내방송 이륙부터 시작해서 착륙까지 한 번씩 다 한적도 있다.

니엘아, 오늘은 어느 나라 갈까요?

 이렇게 물어본 후  어디가 가고 싶은지 세계지도에서 함께 찾으며 놀았다. 기내방송을 한국어로 한 후 영어로 하는데 니엘이가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서 기내 방송문을 이젠 번갈아 가면서 외우기 시작했다.

<안전벨트 사인>
 손님 여러분  기류 변화로 비행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주 시기 바랍니다.
Ladies and gentlemen, due to turbulence, please return to your seat and fasten your seat belt. Thank you.

<출발 직전 짐 정리 및 착석 안내>
Ladies and gentlemen, this is Korean Air flight KE 905 bound for Frankfurt.
We are now just a few minutes away from an on-time departure. Please make sure that your carry-on items are stored in the overhead bins or under the seat in front of you. Also please take your assigned seat and fasten your seat belt. Thank you.

신기하다. 반복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니. 이젠 내가 중간부터 시작해도 그다음 문장을 영어로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따라 하니 더 신나서 말투를 과장해서 기내방송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난 내 딸이 영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지인의 추천으로  웩슬러 유아 지능 검사를 신청했다. 검사는 선생님과 문답 형식으로 1시간 정도 소요됐고 결과는 일주일 후에  받았다.  

한국 웩슬러 유아동 지능검사(Korean-Wechsler Preschool and Primary Scale of Intelligence)는 만 3~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지능지수 검사입니다. 언어성, 동작성을 통해 전체 지능지수를 산출해 내는 방식입니다.  검사는 2세 6개월부터 3세 11개월 용 검사와 4세부터 7세 7개월 용 검사 두 가지로 나뉩니다.
검사 항목은 전체 IQ와 핵심 소감사 6개(상식, 공통성, 토막 짜기, 행렬 추리, 동형 찾기), 보충 소검사 7개(어휘, 이해, 모양 맞추기, 공통 그림 찾기, 위치 찾기, 선택하기, 동물 짝짓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출처 한국 웩슬러 유아 지능검사>

결과는 상위 1%에 해당하는 최우수 수준으로 나왔다.

니엘이가 영리하다고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다 이렇게 높게 나오는 건 아닌가'라는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그래도 최우수 수준으로 나오니 이날 하루만큼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내가 아이와 시간을  허투루 보낸 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결과지를 받고 상담을 30분 정도 했다. 선생님은 지금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되지만 그래도 상위 1%인 경우는 영재교육을 받으면 훨씬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어린아이를 영재원에 보내서 공부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여행도 다니면서 다양한 것들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영재교육을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놀면서 배우는 거니까.

그 부분은 니엘 아빠도 동의했다.


 지능검사 후 달라진 건 없었다. 평상시처럼  책을 같이 읽고 여행을 다니고 함께 놀았다. 지금 니엘인 아주 평범한 아이다. 노는 거 좋아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 영어 공부하자고 하면 졸리다고 하는 아이다. 그래도 난 이런 니엘이가 좋다. 내 딸이 영재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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