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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22. 2020

너네  종알종알 좀  하지 말아. 머리 아프니까!

좌석버스 예절

오랜만에  좌석버스를 탔다. 나는 지하철이 편하고 좋은데 니엘인  버스 타는 걸 좋아한다. 래서 오늘은 고모네 집에 가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우린 기사님 운전석에서 두 번째에 앉았다. 나는 버스에만 타면 그렇게 졸린다. 니엘이도 졸린 듯 눈을 비빈다.


우린 그렇게 조금 기대어 자다가 어떤 할머니의 큰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운전석이 바로 보이는 옆자리에서 길을 속 물어보고 계셨다. 본인이 초행길이라고 하시면서 서울역에서  약속이 있는데  시간이 급해서 이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려서 갈아타야 하는지를  모든 사람이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말씀하셨다. 게다가 앞의 버스를 가리키면서 저버스는 어디로 가는 버스냐고 물어보셨다. 기사님이 운전에 집중하셔야 하는데 타시자마자 끊임없이 질문을 하셨다. 신호등에 버스가 정차했을 때 기사님은 잠깐 내려서 앞의 버스가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 후 할머니께 알려드렸다. 정말 기사님이 친절하셨다. 기사님은 저 버스가 잠실까지 간다고 말씀하시면서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주시려고 노력하셨다. 그때 그 할머니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도 기사님과 함께 도와주셨다. 그러다 보니 세분의 대화를 다 듣게 됐다. 할머니는 두 분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자  이해하신듯했다.


 이제야  버스 안조용해졌다. 우리는 큰소리 때문에  이미 잠이  상태였다.  니엘이 소곤소곤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하는데 이제는 뒤에서 아이가 소리치며 울기 시작했다. 계속 버스 안은  시끄러웠다.  할머니는 초행길이니까 걱정이 돼서  계속 큰소리로 기사님에게 길을 물어보시는 거고  아이는 버스 안이 답답해서 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면서 니엘이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나 보다.  그때 그 큰소리로 말씀하셨던 할머니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셨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스크를 상태로 말씀을 하셔서 잘 알아듣지 못했다. 길을  물어볼 때는 그렇게  큰소리로  말씀하시더니 우리에게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네  종알종알 좀  하지 말아. 머리 아프니까!

라고 인상을 쓰며  본인의 머리를 가리키셨다. 이 말을 듣고 순간 아무 말도 할 수없었다.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방금 전까지 할머니께서  버스에서 하신 행동을 전혀 기억을 못 하시나 보다.  할머니는 이제  궁금한 점이 해소가 돼서 쉬고 싶으신데 뒤에서는 아이가 울고  우리의 대화가  귀에 거슬리셨나 보다.  먼저 우리의 대화때문에  불편을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했다. 그런데 꼭 그런 방식으로 말씀하셨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르신의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하면 작은 소리도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태도는 정말 이기적이었다.

 내가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조금 조용해줄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으면 할머니께  우리 모녀는 이렇게  말씀드렸을 거다. 서로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할머니 , 먼저 저희 때문에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최대한  아이와  마주 보며  작은 소리로 했는데 나중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니엘이도 할머니의 태도에 많이 놀랐는지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정말 이건 아닌 거 같아서  우리 상황을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니엘이가 내손을 꽉 잡았다.  할머니는 길 찾는 거에 신경 쓰여서 예민한 감정을 가까운 자리에 앉은 우리에게 쏟아부었다. 그렇게 우리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어 놓고 잠실역에서 내리셨다.


버스는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일이 일어난다.  

그러니 타인에게 피해 주는 행동은  자제하고 서로를 조금은 배려했으면 좋겠다. 혹시 할머니를 다시 만나면 서로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0.07.18)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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