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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27. 2020

너  내 딸에게  왜 그런거야?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니엘이는 질문하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뜬금없이 밥 먹다가 나를 가만히 보더니  심오한 질문을 한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내가 매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뢰와 믿음이라고 대답하고 나니 니엘이의 답변이  궁금했다.

엄마, 전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왜냐하면 나쁜 사람 만나면 내가 불행해질 수 있고 좋은 사람 만나면 같이 더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니엘이가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벌써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나이가 됐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친구 관계' 인가 보다.


니엘인 참 밝고 유머 감각이 있어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 2학년 때 학급회장이 됐을 때 솔직히 그날 학급 임원 선거날 인지도  몰랐다. 니엘이가 집에 오자마자 신이 나서 말했다.

엄마, 나  회장 됐어요!! 친구들이 후보자 연설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나갔는데 내가 됐어요.

 정말 축하한다고 안아주고 니엘 아빠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저학년일 때 아이가 학급 임원이 되면 엄마가 정말 학교일을 많이 해야 하는데 워킹맘이 좀 걱정이 됐다. 역시 학급대표에 어머니 폴리스 대표까지 맡게 됐다. 게다가 학급 단체 카카오톡에 정보공유까지 해야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니엘이가 1학기 학급회장이지만 엄마는 일 년간 학급대표를 해야 돼서 아예 2학기 때 회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니엘이에게  엄마가 바빠서 3학년 때 니엘이가 학급 임원이 되면 학교일을 하기가 힘들 거 같으니 임원은 고학년 때 가서 하는 건 어떤지 조심스레 물어봤다. 니엘이도 내가 2학년 때 학급일 하는 게 많이 힘들어 보였는지  그러겠다고 했다.


3학년 알림장에 다음 주에 학급 임원 선거가  있으니 선거에 나올 친구들은  후보자 연설을 준비하라는 글이 있었다.   엘이는 안 하기로 나와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편하게 놓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니엘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니엘이 학급회장 됐다고 나한테 전화 왔어.
 엄마랑 안 하기로 약속해서  나보고 말 좀
잘해달라고 부탁하네.

 

니엘이는  이번에는 엄마와 약속을 해서 정말 안 나가려고 했는데 앞에서  친구들이 앞에서 연설을 하니 또 갑자기 하고 싶어 졌다고 했다. 나한테 정말 미안해했다. 전혀 미안해할 일이 아니고 축하받을 일인데 내가 니엘이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서 더 미안했다. 니엘인 자기가 유머감각이 있어서 친구들이 뽑아준 거 같다고 하면서 기분은 좋은데 임원선거에 나오려고 준비한 친구들이 있는데 자기가 돼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2학기 때 꼭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팍팍 밀어줄 거라고 했다.


니엘이가 학급 임원이 되고 친구가 많아서 시기 질투하는 친구가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됐다. 정말 여자아이들에게 있어  친구관계는 정말 소중한데 니엘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를 생각하니  그걸 눈치 못 챈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알게 돼서 마음이 더 아팠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엄마가 알면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말을 안 했다며 그서야 힘들었던 일을 얘길 했다.


그 친구 때문에 혼자 집에 걸어오면서  울었다는 얘기를 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니엘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집까지 걸어왔을까...' 그 아이에게  왜 그렇게까지 내딸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마도 이런 마음 아픈 일이 있어서 그런지 니엘인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니엘이는  시기 질투를 하면  얻는 게 없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건 다 다르기 때문에 니엘인 부러운 친구를 보면' 나도 저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지'라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니엘이가 정말 부러운 친구에게 다가가는 법>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그 친구의 장점을 칭찬한다.

가르쳐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이런 식으로 다가가서 공기놀이와 이쁜 글씨체를 친구에게 배웠다고 했다.  니엘이가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내가 수업 때 제자들에게 매번 하는 말과 같다.

*미인대칭 

소를 띠며 사를 하고   시작을 찬으로 한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잘하지 못하는데 내 딸은 이미 친구들에게 이런 방법으로 다가간다고 하니  참 대견하다.


니엘이 와 대화를 하면서 '우리들'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http://naver.me/5SU2fi4g

초등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인 친구관계에 대한 영화인데 정말 심리적 묘사가 너무 섬세해서  그 아이들의 아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벌써 그런 아픔을 엘이는 조금은 아는 것 같다.  난 니엘이가  작년에 겪은 일 때문에 전보다 마음이 단단해 진걸 대화를 통해서 느꼈다.

시기 질투를 뭐하러 해요! 내가 얻는 것도 없는데! 그 친구가 정말 부러우면 친한 친구가 돼서
그 친구에게  배우면 돼요!

이렇게 멋지게 생각하는 내 딸이니까 난 니엘이가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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