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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Aug 16. 2020

나 그때로 돌아갈래!!!

[어쩌다 파이럿]

'B777 캡틴 제이의 하늘 공부'

 하늘이 너무 그리워지는 요즘 딱 읽기 좋은 책이다.

http://m.yes24.com/Goods/Detail/89937434

캡틴 제이님은 대한항공 부기장으로 일하시다가 에미레이트로  이직하셨다.  두 항공사의 경험을 들을 수 있고 기장님과 같은 항공사 출신이어서 더 관심이 생겼다.

제목이 '어쩌다 파일럿'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었던 직업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공군에 입대하면서 이쪽 분야에서 일하게 된 특별한 케이스다.


그런데 나 또한 그런 경우다. 한 번도 어렸을 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꿈꿔본 적이 없었다. 내가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아주 단순했다. 게다가 승무원이 첫 서비스직이었다. 나는  에미레이트와 대한항공에서 비행한 후  9년 차 면접 코칭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오래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직업이 나에게 잘 맞고 즐겁기 때문이다.

캡틴 제이님도 어쩌다 파일럿이 됐지만 직업을 정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책에서 느껴졌다. 특히 동료를 많이 배려하고 아껴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에미레이트에서 비행했을 때는 한국인 기장님이 안 계셨다. 부기장님 한분이 계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 번도 같이 비행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이렇게 책임감 있고 리더십 있는 한국인 캡틴과 비행을 했었다면 정말 잊지 못할 비행으로 기억됐을 거 같다. 지금 코로나 상황이라 해외여행을 못하고 있는데  이 책 덕분에 승무원으로 돌아가 비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 맞아! 나도 이런 경험 있었는데! 캇핏(조정실)에서 캡틴과 수다 많이 떨었는데!! 캇픽에서 한 시간 꿀잠 잤을 때
너무 행복했었는데..

보통 때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니 생각이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그냥 이 책을 옆에 두고 비행 일기를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아.... 비행하고 싶다.....
지금은 정말 비행이 너무 그립다. 비행기도 그립다. 비행기라도 보고 싶다.... 제주도를 갔다 오던지 아니면 공항에라도 한번 가보고 싶은 심정이다.


크루와 그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크루 버스에서 튀니지 출신 부사무장의 어머니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기장의 모습에서 크루를 아끼는 기장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몰타의 발레타 비행을 할 때  동생이 따라와서 크루 버스에 함께 탔었다. 그때 캡틴은 정말 흥이 넘치는 분이었다. 줄리아 동생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먼저 제안하셨다. 그리고 내가 발레타 두바이 인바운드 로드(승객수)를 계속 걱정하니

 줄리아 ,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동생 태워줄 거니까 여기서 동생이랑 많이 즐겨! 아까 로드 확인해봤는데 걱정 안 해도 돼!


( 승무원 티켓은 컨펌 티켓이 아니고 스탠바이 티켓이라 승객이 모두 탑승한 후 남은 좌석이 있을 경우 탈 수 있다.)
이렇게 먼저 로드를 체크해준 기장님의 배려 덕분에 남동생과 즐겁게 2박 3일을 발레타에서 즐길 수 있었다.

조종사는 비행 중 쪽잠을 잘 수 있을까?
컨트롤드 레스트: 기장과 부기장은 한 명씩 번갈아가며 한 번에 최대 40분의 쪽잠을 잘 수 있으며, 이 때는 조종석 자신의 좌석에 안자 객실에서 제공한 베개와 담요를 사용해도 되고, 안대나 귀마개를 착용한 채 잠을 청해도 된다.

벙커( 승무원 자는 곳)가 없는 기종이면 너무 피곤하거나 졸리면 쉬는 시간에 캇픽에 가서 자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캡틴이 다가가니 힘들 정도로 불편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캇픽에 가지 않고 나 또한  라바토리 ( lavatory. 기내 화장실 )에서 잠깐 쉬고 나온 적이 있었다. 대부분 오버나잇 비행이라 승객들의  수면시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새벽비행에서  졸음을 참는 건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눈을 치켜세우며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에스프레소 투샷을 초콜릿과 함께 먹었다. 이렇게 잠을 깨고 나면  머리가 멍할 때도 있었다. 시차 적응하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갈등 상황에서 물러나지 않기
홍콩 비행에서 사무장과 대화를 전혀 하지 못한 경우
-먼저 메모지를 건네며 다가가기
콜롬보 비행에서 부사무장이 시선을 피한 경우
-먼저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본 후 상황판단을 하고 캇픽에서 대화 나누기
=> 먼저 다가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느꼈다. 정말 리더의 자리는 많은 책임감과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나 또한 비행을 하면서 갈등 상황이 있었다. 정말 바쁜 상황이었는데 크루 한 명이 전혀 일을 하지 않았고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 일의 비중이 갈수록 많아졌다. 이렇게 비행을 계속하게 되면 팀워크에 지장이 될 수 있어서 먼저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아침에 먹은 음식이 체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혹시 이런 상황이 있으면 동료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시니어에게 보고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기내는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관계가 지속되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좋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

기장이 승무원을 대하는 자세
캡틴 제이는 화상을 입은 승무원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먼저 크루에게 다가가서 상황을 물어보며 혹시 상태가 더 나빠지면 꼭 보고하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승무원은 화상으로 많이 다친다. 나 또한 화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두바이 싱가포르  아웃바운드 비행이었다. 난 미드 겔리에서 겔리를 정리하고 있었고 한 승객이 뜨거운 물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동료가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물을 드렸는데 컵이 미끄러지면서 그 뜨거운 물이 그 크루와 나에게 쏟아졌다. 바로 빨갛에 부풀어 올라 화상 연고를 발랐다. 캡틴은 긴 비행이라 싱가포르에서 의사에게 진단을 받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서 의사가 호텔로 방문해서 약 처방을 해줬다. 기장의 배려 덕분에 긴 비행 동안 치료받고 나아져서 일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

 ( 두바이 -싱가포르 -멜버른 - 오클랜드 셔틀 2번- 싱가포르- 두바이 , 총 9박 10일 정도의 비행 )


캡틴 제이의 한편 한 편의 글마다 나의 비행경험이 떠올랐다

이 책은 나의 비행 생활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마법 같은 책이다.

캡틴 제이와 함께 일한 은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장님과 함께 비행한 느낌이 든다. 브런치에서 기장님의 글을 만나볼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이 된다. 이 책은 승무원 준비생뿐만 아니라 현직과 전직 승무원에게도 추천한다. 현직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비행을 더 즐길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전직에게는 비행했을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예비승무원은 비행 중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간접 경험하면서 이 꿈을 위해 더 노력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항공산업 자체가 너무 힘들지만 항공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고 즐겁고 안전하게 비행하시길 바란다.

항상 즐비 안비 하세요!

                             (즐거운 비행. 안전한 비행)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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