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지 못해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시드니에서의 어학연수와 미국 출장을 다니면서 해외에서 살고 싶어 졌다. 어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뉴욕 출장 중에 승무원 학원에서 진행하는 국비장학생 선발 공지를 봤다. 면접 합격 시 승무원 학원을 전액 무료로 다닐 수 있고 외항사 취업을 전적으로 도와준다는 내용이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외국에서 살 수 있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지원서류를 썼다. 그 당시엔 국내 항공사는 나이와 신장제한이 있었는데 이미 나는 지원할 수 없는 나이였다.
면접날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준비한 자기소개를 차분히 말했고 합격했다. 그때부터 난 간절히 승무원이 되길 바랐다. 서비스 경력은 없지만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자질을 강조하면 승산이있는 게임이었다.
영어강사를 하면서 나름 인정받고 있었지만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내 미래는 구름에 겹겹이 쌓여 어둡고 고요했다. 하지만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구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걷어지는 구름 사이로 붉게 빛나는 태양이 조금씩 보였다. 내가 바라는 미래가 갈수록 선명해졌다.
노트 첫 페이지에 적은 '야베스의 기도'
처음으로 메이크업과 워킹 수업을 들으면서 설렜고 모의면접을 보면서 좌절하기도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영어 회화 강의를 한 후 바로 강남에 있는 학원에 가서 주 중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면접 스터디를 한 후 오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했다. 그때는 하루를 영어로 맞이하고 영어로 마무리했다. 외항사 면접은 100% 영어면접이기 때문에 영어능력이정말 중요했다.
2001년 면접노트 / 친구들의 피드백
2002년 6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릴 때 난 면접 준비를 하느라 그 열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지는 '서바이벌 면접' 을 끝내고 나오니 강남 일대가 마비돼있었다. 그때 알았다.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2 대 0으로 이겼다는 사실을.
이런 상황에서도 미친 열정으로 면접 준비를 했고 난 첫 면접에서 에미레이트에 합격했다. 드디어 나를 향해 새빨간 태양이 미소 지었다. (에미레이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색 모자는 태양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