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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Sep 15. 2020

저기요, 수강료 50% 만 보낼게요!

신뢰는  여전히 어렵다...

니엘쌤 국내반 수업 신청합니다.
블로그 수업 공지에 댓글이 달렸다.  이름과 카톡 아이디를 확인했다.​


"니엘쌤 안녕하세요!!! 선생님 수업 너무 듣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아직 마감 전인가요?"
"주말반은 마감이지만 월수반은 가능합니다."
"그럼 그 수업 신청할게요. 감사합니다."
"네, 그럼 준비사항과 과제 보낼게요"

이때는 채용 기간이라서 수업 오픈하자마자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서 대기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가 너무 그립지만 그 당시에는 상담하고 수업하느라 링거 투혼이었다.

"00님 안녕하세요 .니엘쌤입니다. 수업 참여 원하시면 오늘까지 수업료 입금 후 확인 톡 부탁드립니다. 수업 대기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수업 참여 힘드시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잠시 후 바로 답이 왔다.
"니엘쌤 수업이 너무 듣고 싶어요... 원래 어제 월급날이었는데 사장님이 다음 주에 주신다고 하셔서요.. 혹시 다음 주에 입금하면 안 될까요? 정말 쌤 수업 너무 듣고 싶어요!!!"

마음이 약해졌다. 수강료는 수업 전에 전액 입금이 돼야 되는데 수업 시작하고 입금이 가능하다고 하니 바로 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 달에 공채가 있어서 빨리 준비하고 싶은 학생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하고 수강료를 안 낸 학생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망설였다. 내가 바로 답을 안 하자 장문의 카톡이 다시 왔다. 본인의 힘든 사정과 함께 정말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됐으니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스터디 룸비만 먼저 예약금 조로 받고 일주일 후에 수강료를 받기로 했다.
"니엘쌤, 정말 감사합니다.!! 저 진짜 열심히 해서 쌤 후배 될게요!!!


드디어 첫 수업이다. 인상이 좋은 그녀는 밝은 미소로 인사했다. 수업 후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니엘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에 바로 입금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다. 수업마다 가장 먼저 왔고 과제도 열심히 했다.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친구를 내가 의심했다니.

그런데 다시 장문의 카톡이 왔다.
"쌤 ... 정말 죄송한데요.... 사장님이 이번 주도 힘들다고 하시네요.. 다음 주에는 꼭 주신다고 하셨어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이미 수업을 6번 진행한 후였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너도 힘들 텐데 이렇게 연락 줘서 고마워. 어쩔 수 없지 머. 그럼 다음 주에는 입금 부탁할게."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매번 빨리 와서 수업 준비하는 그녀가 수업이 끝나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연락을 못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카톡을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같은 반 제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녀가 단체톡에서 나갔고 카톡을 보내도 읽지도 않고 답장도 없다고 했다. 전화도 물론 받지 않았다. 난 그때까지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해서 집 전화로 연락을 하니 그녀가 받았다.

" 다행이다. 드디어 받네!!니엘쌤인데 무슨 일 있니? 아무런 연락 없이 수업에 안 와서 걱정돼서 연락했어!"


그런데 아무런 말이 없다.' 뭐지..  불길한 느낌은... '

뭔 말이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오늘 수업 진도와 과제를 말해줬다.


"저 수업 그만 나갈게요! 제 길이 아닌 거 같아요. 준비할 것도 너무 많고 생각보다 어렵네요!"
"아. 그랬구나. 첫 준비라 힘들 수 있어. 이미 3주를 진행했으니 마지막 남은 1주까지 함께 하면 좋을 거 같아."
"아니요. 저 그냥 그만할래요."


그런데 그녀는 수강료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수강료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수업 다 듣지 않았는데 얼마 내면 돼요?"


총 8번 수업 중에 6번이나 나왔는데 수강료가 얼마냐고 물어본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수강료는 무조건 수업 전 전액 완납이고 수업이 이미 3분의 2가 진행됐을 경우는 환불이 되지 않는다. 전혀 미안해하는 어투가 아니었다. 지금 물건 사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말투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수업료 환불 규정 링크를 보내고 이런 경우는 전액 입금해야 한다고 했더니 말도 안 된다며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우와... 너 승무원 준비하고 싶어서 나한테 연락한 거 맞니?? 그런 인성으로 승무원을 한다고?? '

나도 슬슬 화가 났다. 다음 주까지 이 계좌로 꼭 입금하라고 했더니 깎아달라고 했다. 지금 난 학생과 수강료를 흥정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었다.
"저기요, 반만 보내도 충분할 거 같은데요!! 다음 주까지 보낼 테니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마세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순간 멍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간절하게 수업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던 그녀였는데 어떻게 3주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이제 '갑'의 입장이었고 나는 이제 '저기요'라고 불려도 되는 '을'의 입장이었다. 수화기를 잡은 손이 핸드폰의 진동벨처럼 정신없이 떨렸다. 괜히 전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단지 걱정돼서 연락한 거뿐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다음 주'는 단지 전화를 끊기 위한 수단이었다.

 당연히 수강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구나..'
허탈했다. 그날은 기분이 정말 우울했다.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신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니엘아카데미 #니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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