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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Oct 03. 2020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쳐볼까?

한국어 교원자격증 2급  도전기

"줄리아, 나 한국어 좀 알려줘! 한국 드라마 너무 재밌어! 특히 풀하우스"
"맞아 맞아! 한국 드라마 나도 좋아!"

갑자기 동료들이 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싱가포르 아웃바운드 비행이었고 우연히도 이코노미 크루 모두 아시아인이었다. 필리핀 친구 미아가 먼저 말하자 옆에 있는 중국인 친구 잉까지 거들었다. 나는 이렇게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지 몰랐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 어디를 가도 한국 드라마 DVD를 팔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한국에 갈 때 친구들이 외국에서 구하지 못한 드라마 DVD를 부탁해서 사다 준 적도 있다. 그러나 이때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아시아에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권 사람들도 즐겨본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미국 친구 Jean은 에어 트란의 샬롯 공항 직원이었다. 뉴욕행 비행기가 날씨 때문에 취소돼서 샬롯에서 하루 머물러야 했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기 위해 줄을 섰다. 두 명의 직원이 승객을 도와주고 있었다. 대한민국 여권을 보더니 윙크를 하며 옆의 동료에게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잠시 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직원은 나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아시아 친구가 한국어로 인사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미국인 공항 직원이 이렇게 한국어로 인사를 해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더 깜짝 놀랄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우리 가족을 근처 호텔까지 자기 차로 태워준다고 했다. 괜찮다고 사양을 했지만 아이가 있으니 빨리 가서 쉬어야 한다며 우리를 차로 안내했다. 대박... 차에 타니 K-pop이 흘러나왔다. 미국인 차에서 우리나라 노래를 듣다니 너무 신기했다. 게다가 그 노래를 미국 친구 진은 신나게 따라 불렀다.

"진, 한국 노래를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
"한국 드라마 보다가 노래에도 관심이 생겨서 듣고 있어."

그러면서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를 가장 좋아한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민호가 미국에서도 통하는구나. 역시 그 비주얼은 인터내셔널 핸섬이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해. ㅋ'
이렇게 즐겁게 대화하다 보니 금방 호텔에 도착했다.

"진, 너무 고마워, 그럼 공항에서 보자!!"
"줄리아, 잠깐 기다려봐, 이거 먹고 자!"

트렁크에서 뭔가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오마이갓... 인스턴트 신라면이었다.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친구였다.
진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집 근처에는 한국어를 배울 마땅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궁금한 표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이메일로 물어보라고 했다. 친구 진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게 되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공부를 꼭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일과 육아를 같이 하면서 공부를 바로 시작하지 못했다. 계속 미루다가 전 세계의 한류 열풍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수강신청을 했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세종학당, 한글학교, 한국 문화원 그리고 코이카 해외 파견 등 다양한 기회가 있다. 외국에 다시 살게 되면 이 자격증이 그곳에서 일할 수 있는 보험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문화 아이들이 국내에 많아지면서 학교와 다문화 지원센터에서 한국어 봉사도 하고 싶었다.

대상별 필요한 이수 학점은 다르다. 4년제 졸업일 경우 필요학점은 48학점이고 최단기간은 1년이다.
보통 16학점씩 3학기를 수강하지만 나는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 싶어 24학점씩 2학기에 끝내기로 했다.
중간고사ㆍ기말고사 ㆍ 리포트 제출ㆍ실습 영상뿐만 아니라 강의도 매일 들어야 했다. 수업 후 집에 오면 니엘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서 저녁에는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 특히 실습 영상이 중요했다. 대상과 학습목표에 대해 고민하다가 다문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모의수업 안을 작성했다.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는 제안이나 약속하기에서 사용하는 '-V(으) ㄹ까요?'를 이용해서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는 수업으로 구성했다. 문형 카드, 어휘 카드, 그림 자료를 이용해서 학생 역할을 대신한 딸 니엘이와 함께 롤플레이 형식으로 진행했다.

예) 한국 음식을 활용하여 목표 문법( '-V(으) ㄹ까요?')을 도입한다.
* 다양한 한국 음식 그림카드로 제시
T(선생님): 어떤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S(학생) :저는 비빔밥을 좋아해요.
T: 저도 비빔밥 좋아해요. 그럼 점심때 비빔밥 먹을까요? (문형 카드 제시)

2017년 11월에 시작해서 1년 만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학사학위와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워킹맘으로 시간 활용하는 부분이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나의 새로운 도전은 성공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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