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Oct 06. 2020

그때의 네가 필요한 지금...

갈수록  작아지는 나에게

그때의 너에게 참 고마워...
솔직히 지금의 나라면 그런 결정 못 했을 거야.
졸업하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
4학년이 되니 정신이 좀 들더라..
'너 졸업하고 뭐 할 거야? 하고 싶은 건 있니?'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어... 뚜렷한 계획이 없었거든...

학사편입을 고민하다가
필라델피아에 장애인 캠프 카운슬러로 가기로 결정했어.
뻔히 힘들 거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한 게  대견해!
넌 고민을 오래 하지도 않았어,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까
맞아... 그때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야..
지금의 난 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곳의 삶은 네가 생각한 이상으로 힘들었어.
두 명의 캠퍼와 24시간을 함께 했어.
한 명은 육체적으로, 다른 한 명은 마음이 아픈 친구였어.
100킬로가 넘은 캠퍼의 휠체어를 밀다가 넘어지기도 했고 성인 남자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린아이로 살아가는 캠퍼의 기저귀를 그때 처음 갈아보기도 했지...
때로는 조울증을 앓는 캠퍼가 자다가 수도 없이 때려서 온몸에 멍이 들기도 했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
그때 너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
사진 보면 다 환하게 웃고 있더라.. 진짜 행복해 보였어.
캠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어.
가끔 사진을 보면 어색해.. 내가 아닌 거 같아서...
이렇게 웃어본 지가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아.

넌 매사 불만이 많았잖아.
머리엔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런데 캠퍼들과 생활하면서 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아파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캠퍼들을 보면서 너는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갔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너를 낮추며 비난했던 자세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
너는 많이 밝아졌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어.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뭐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거야..

그때의 네가 지금 간절히 보고 싶어.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항상 밝게 미소 지었던 네가...
그때의 너로 돌아가서

지금의 아프고 힘든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고 싶어..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줬으면 좋겠어..
지금의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쳐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