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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Oct 08. 2020

살기위해 시작한 필라테스

비행과 출산으로 병든 몸을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없었다. 체육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땀 흘리며 왜 운동장을 뛰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난 점점 더 운동과 멀어졌다.


이런 내가 승무원이 됐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크루 아파트에는 헬스장과 수영장 그리고 스파가 구비되어 있었다. 모든 환경이 나를 도와주고 있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다. 비행 갔다 오면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기 일쑤였다. 뭔가 더 강력한 환경설정이 필요했다. 친한 선배와 함께 근처 헬스장에 가서 그룹 수업을 신청했다. 다양한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원하는 시간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6개월 안에 사용하는 30회 쿠폰을 결제했다. 한 달에 5번 이상만 오면 됐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몇 번은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런데 선배가 안 가면 나도 가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한국 드라마 보는 게 좋았다. 비행 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집에 오면 푹 쉬고 싶었다. 운동하면서까지 내 몸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내 말이 맞다'라고 스스로 확신했다. 쿠폰은 반도 사용하지 못한 채 그렇게 6개월이 갔다. 돈을 이렇게 쓸데없이 낭비하다 보니 운동이 더 하기 싫어졌다.


20대의 깡이었다. 비행하면서 체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곧 회복될 거라 생각했다. 난 여전히 운동을 하지 않았다. 겔리오퍼레이터 (주방을 책임지는 역할)를 하면서 무거운 것들을 많이 옮겼다. 그러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가서 가끔은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적도 있었다. 그래도 난 운동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끼지 못했다. 다른 크루들은 비행 가서 수영과 운동을 즐겼지만 나에겐 단지 남의 얘기일 뿐이었다. 대한항공으로 이직 후에도 생활패턴이 달라지지 않았다.

장거리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 체력 회복을 위해 하루 정도를 잤다. 좀비처럼 일어나서 밥 먹고 또 자고 그러다가 아침을 맞았다. 한국에만 오면 정형외과를 시작으로 한의원까지 병원 투어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운동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말 좀 들을 걸 그랬다. 그땐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이런 몸으로 딸 니엘이를 출산했다. 내가 지냈던 플로리다에는 산후조리원이 없었다. 엄마가 한국에서 오셔서 도와주셨다. 그런데 딸 니엘이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열이 39도까지 올라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산후조리를 못한 채 아이와 함께 병원에서 지냈다. 니엘이 모유 수유하고 식사하러 집에 갔다가 아이 보러 다시 병원에 오​는 생활을 일주일간 지속했다.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를 간호하느라 내 몸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조리를 못해서 한동안 몸이 많이 붓고 아팠다. 몸이 좀 회복되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가끔 다이어트 운동의 전설인 '이소라 비디오'를 틀어놓고 따라 하거나 걷는 게 다였다.

사정상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한국에 와서 내 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출산 후 골반 비대칭이 심해져서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한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았지만 자세를 교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꾸준한 운동으로 교정하기 위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이번엔 진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제대로 나에게 투자하고 싶었다. 아니 죽을 정도로 아파서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 부담되는 수강료였지만 자세한 코칭을 받고 싶어서 일대일 수업을 했다.

제대로 배워서 골반 교정을 하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싶었다. 첫 세 달은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이었다. 워낙 몸이 유연하지 않아서 따라 하기조차 힘들었다. 어깨에 자꾸 힘을 주다 보니 목에 무리가 왔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수업 후 마사지를 받았다. 살기 위해 꾸준히 하니 조금씩 상태가 나아졌다. 균형이 맞지 않아 제자리 뛰기를 할 때 오른쪽으로 계속 몸이 돌아갔는데 중심을 잡게 되면서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할 수 있게 됐다. 4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일대일 필라테스 수업을 받았고 자세 교정이 되면서 키가 1.5센티미터가 컸다. 바른 자세 덕분에 사라진 키를 찾았다. 지금은 5 대 1 그룹 수업을 하고 있다. 일대일만큼 개인적인 피드백은 없지만 함께 하니 동기부여를 받는다. 20대 때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을 관리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정신 차리고 운동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는 운동이 습관이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꾸준히 운동을 한다. 생활 속에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앉아있을 때는 항상 허리를 펴고 다리를 꼬지 않는다. 전철에서는 앉지 않고 일부러 서서 가끔은 까치발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운동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지금처럼 필라테스를 통해 좋은 자세를 유지하며 건강한 삶의 가치를 만들어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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