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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Oct 09. 2020

내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이유

마음은 이미 '산티아고'다

"전공이 스페인어네! 스페인어를 선택한 이유가 뭐예요?"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갔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전공하게 됐어요."
"그쳐! 나도 신혼여행 때 스페인 갔는데 너무 좋았어!! 또 가고 싶어요!"

외항사 첫 수업이었다. 제자가 스페인어를 전공한 계기가 궁금했다. 나도 전부터 이 언어에 매력을 느껴 관심이 많았다.


​신혼여행 마지막 유럽 국가가 스페인이었다. 원래는 영국을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두바이에서 친하게 지낸 언니가 마드리드에 거주해서 들르기로​ 했다. 내가 에미레이트에서 비행했을 때는 스페인 노선이 없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너무 기대됐다. 막연히 '피카소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혼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가 바로 '스페인'이다. 정말 이곳을 안 갔으면 너무 후회했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나라였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했다. 가우디가 설계한 성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 열정의 플라멩코 그리고 달콤한 추로스는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로 소통이 잘되지 않아서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다면 더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명언이 생각났다. " The limits of your language are the limits of your world."(당신 언어의 한계가 당신 세계의 한계입니다.)

결혼 후 스페인어를 거의 공용어로 사용하는 플로리다에 거주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남미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남편과 집 근처 스페인 카페에서 커피와 달달한 추로스를 사 먹곤 했다. 이 카페에서 유일하게 내가 사용한 스페인어는" Dos cafés con leche y churros , por favor." (카페라테 두 잔과 추로스 주세요. )였다.

플로리다에서 살았을 때 스페인어를 배워서 남미 여행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대학원 준비하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이때 스페인어를 못 배운 게 많이 아쉬워서 이 언어를 전공한 제자들을 보면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족여행 기억이 좋아 스페인어를 전공했다는 제자를 보니 나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후 바로 스페인어 학원을 등록했다. 그때가 2016년 5월이었다. 관심 있는 언어를 배우니 아무리 바빠도 학원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초급 스페인어는 쉬워서 인강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두 달 학원을 다닌 후 00 스쿨 스페인어 1년 권을 결제했다. 다양한 레벨의 인강과 교재까지 제공되는 알찬 구성이었다. 하지만 한몇 달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갈수록 의지가 약해졌다.



그러던 중 2017년 4월에 본 '나의 산티아고 '영화가 인상 깊었다. 이 영화는 독일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정에서 어린 자기의 모습을 찾으며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나도 산티아고를 걸으며 절대 고독을 경험하며 자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졌다 이 영화는 스페인어 공부에 불을 지폈다.


다시 2018년 10월에 학원으로 돌아왔다. 중급부터 회화까지 10개월간 쉬지 않고 들었다. 6개월간 문법을 공부하고 회화 수업을 들었다. 원어민 선생님과 매일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겁게 수업을 했다. 일대일 피드백이 필요해서 2019년 7월부터 멕시코 선생님과 카카오톡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수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매주 새로운 주제 작문
-수업 전 작문을 보내면 첨삭
-첨삭 확인 후 모르는 부분을 질문
-일상 대화와 궁금한 스페인어 표현 질문
수업 후 선생님과 한 모든 카톡 대화를 노트에 적어 정리하고 중요한 표현은 바로 체크해서 외우고 있다.

2019년 '스페인 하숙' 프로그램을 보고 산티아고에 더 가고 싶어 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준비 기간이 많이 필요해서 2019년 9월에 짧게 스페인 패키지여행을 딸 니엘이와 함께 다녀왔다. 신혼여행 때는 남편과 왔는데 11년 후 딸 니엘이와 이곳에 함께 가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스페인어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쉴 때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스페인어를 제대로 못하는 어르신이 주문을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어떤 음료를 드시고 싶은지 물어보고 바로 도와드렸다. 바로 옆에서 스페인 점원이 한국 분에게 가방을 파는데 소통이 안돼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통역을 도와준 덕분에한국 분이 가방을 구매하셨고 그 점원은 고맙다며 선물로 카페 꼬르따도(Cafe cortado 에스프레소와 스팀우유를 1 대 1로 진한 라테 맛)를 만들어 줬다.

게다가 스페인어로 그라나다에서 택시 기사와 10분을 넘게 그라나다의 유명 관광지에 대한 대화를 했다. 그걸 본 니엘이가 폭풍 칭찬을 해줬다.
"엄마, 스페인어 정말 잘하는데요! 정말 멋져요!"
내가 이만큼 스페인어를 하게 된 데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외국어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2016년도에 그만두지 않았으면 훨씬 더 잘하겠지만 이렇게 공부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다. 산티아고에 가기 전까지 난 절대 스페인어를 놓지 않을 거다. 조만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 인사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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