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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Oct 25. 2020

쪼꼬미와 사랑을 쓰다.

니엘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담은 사랑노트

" 엄마, 오늘 질문은 뭐예요? 엄마도 내 질문에 답하고 가요!!!

" 오늘 질문은 아직 고민 중인데! 잠깐 기다려봐요!!!"


딸 니엘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사랑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니엘이는 일어나자마자  노트를 읽었다. 퀴즈에 답을 하고  시간이 있으면 나에게 답장을 했다. 니엘이가 학교에 간 후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고 나서 수업하러 갔다.


 니엘이가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하교시간 때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는 게  항상 부럽다고 했다.

" 나도 엄마가 학교에 데리러 오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수업이 늦게 끝날 경우가 많아서 니엘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시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가끔 수업이 취소되면 니엘이  방과 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깜짝 방문을 하면 너무 행복해하며 나에게 두 팔 벌려 달려왔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매일 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항상 사랑 노트에 담았다. 새벽에 일어나 니엘이에게 편지를 썼다. 니엘이가 잘한 일은 칭찬 많이 해주고 잘못한 일은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니엘이는 나에게 미안한 일이 있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편지를 써서 사과했다. 먼저 글을 쓰고 나서 우린 서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4년동안  쓴 사랑노트♡

-서로의 장점 10가지 쓰기

-감정 10가지 쓰기

-새해 목표 쓰기: 책 150권 읽기

-여행 준비물 적기

-무인도에 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 3가지

=> 책, 밥, 텔레비전

-문장 (  )에 단어 넣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각난 건 무엇인지? => 학교

-하늘을 난다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은? => 예수님 만나기


다양한 질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이 2가지가 있다.

- 니엘이가 (신 )이 되어서 (세상 )을 (좋 ) 게 하고 싶다.

- 3만 원이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은? 기부


니엘이가 원하는 걸 적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이쁜 말들로 가득 찬 답변이었다. 3만 원을 기부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해가면서 니엘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니엘이가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는지도 이 노트를 통해서 알게 됐다.


최근 니엘이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 같은 반 친구 00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거.


이 답변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니엘이가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친구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니  배려심과 유머감각이 있다고 했다. 그 친구의 답변이 더 궁금했다.


"니엘이가 좋아한다고 고백한 거야? 멋지네!! 그 친구는 뭐라고 했어?"

"엄마, 그 친구가 날 좋아하는 거 이미 눈치챘어요! 당연히 좋아하죠!"


3학년의 로맨스를 들으니 너무 재밌었다. 이렇게 사랑 노트가 우리에게 징검다리가 됐다. 편지를 쓰고 나서 대화를 하니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하게 돼서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 3월부터 니엘이가 학교에 안 가게 되고  나  또한  수업이 취소돼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사랑 노트 쓰는 것을 잠정적으로 멈추게 됐는데  지금이야말로 편지 쓰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니엘이가 처음에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했지만 지금은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알지 못했던 니엘이의 안 좋은 습관 때문에 잔소리가 많아지다 보니 니엘이는 엄마가 전과는 다르게 화를 많이 낸다고 한다.  니엘이 와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정 휴무였던 사랑 노트를 다시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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